당신에게 다다른 #63번째 레터 : 빛
2023/11/02
당신에게 다다른 #63번째 레터
💡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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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세상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빛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께서 신이 빛을 만든 이유는 ‘시간’을 만들기 위함이고, 이는 우리에게 ‘다가올 내일’을 선물하기 위함이라 말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빛은 오늘도 모두를 비춥니다. 행복함으로 눈을 뜬 이에게도, 유독 힘든 시기를 지나는 이에게도 공평하게요. 하루 살기 버겁던 날엔 이 사실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 점에 위로 받고 있어요. 새 아침을 맞이한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 엥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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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 화려한 빛이 전시관을 감싸네 🖼
[ 영화 ] 세상에서 가장 밝은 어두움 🌾
[ 트렌드 ・ 대중문화 ] 이 램프는 행운을 가져다 줍니다
[ 음악 ] 어?! 쟤 악뮤 걔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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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러 간 님을 가장 먼저 사로잡게 될 것은 무엇일까요? 작품, 텍스트, 스탭… 다름 아닌 ‘빛’ 일 거예요. ✨ 전시장이 얼마나 어둡고 밝은지, 어떠한 색의 조명을 썼는지에 따라서 관람자의 태도도 달라져요. 그렇기 때문에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들 역시 빛을 세심히 계획하며, 전시 공간을 지을 때도 빛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오늘은 국제 갤러리 서울의 빛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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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서울은 삼청동에 위치한 갤러리예요. 📍 K1, K2, K3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K3에 대해 소개할게요. 뉴욕에 위치한 건축사무소 SO-IL이 지은 K3관은 금속 메쉬 소재로 둘러싸여 있어요. 쉽게 말해 쇠로 만들어진 그물 같은 건데요. 중국 안핑 지역의 장인들이 손수 만든 51만 개의 고리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 아래에는 정육면체나 원기둥 형태가 합쳐진 시멘트 소재의 건축물이 있고요. 쇠와 시멘트로 만들어진 전시관… 사뭇 경직된 인상을 줄 것만 같은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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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빛이 등장합니다. 구멍이 송송 뚫린 그물을 그대로 통과한 빛은 건물을 시시각각 다른 곳으로 만들어버려요. 💡 보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주로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의 특성과도 잘 어울리죠. 꼭 새벽녘의 안개 같기도 합니다. 또, 강의실 등으로 이어지는 유리계단은 내리쬐는 빛을 받아내며 전시 외의 활동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에게도 힘을 실어줍니다. 전시장 내부는 화이트큐브 형태로, 작품을 보는 데에 가장 알맞은 백색의 조명과 함께해요.
얼마 전 종료된 아니쉬 카푸어 전이 바로 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렸습니다. 특히 K3관에서는 <Moon Shadow>와 같은 새까만 입체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었어요. 메탈릭 한 그물과 가을 햇빛 밑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이 참 근사했을 듯합니다. 🤩 이 밖에도 한국에는 이응노 미술관이나 솔거 미술관 등 좋은 공간들이 참 많은데요. 다음에 전시를 보실 때는 빛도 챙겨 보시는 것, 잊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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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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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빛을 머금은 논밭. 그곳에 서서 음악을 듣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투박하게 흔들리는 앵글은 처연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내요. 그가 무슨 음악을 듣는지, 왜 그곳에 서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막의 내용만으로 소년이 ‘릴리 슈슈’라는 가수의 음악을 듣고 있으며 그의 팬이라는 걸 짐작해 볼 뿐이에요. 오늘 소개드릴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열네 살 소년 유이치의 잿빛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릴리 슈슈’라는 이름은 작곡가 드뷔시의 첫 번째 아내의 별명인 ‘릴리’와 두 번째 아내 사이에 생긴 딸의 애칭 ‘슈슈’에서 온 건데요. 그에 걸맞게 영화에는 드뷔시의 음악이 자주 등장합니다. 유이치가 좋아하는 ‘쿠노’라는 소녀는 드뷔시의 곡을 피아노로 완벽하게 연주하죠. ¹⁾ 🎹 쿠노가 연주하는 교실은 밝은 빛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반면 복도에 앉아 쿠노의 연주를 듣는 유이치의 얼굴은 잔뜩 그림자 져 있어요. 영화는 빛을 활용해서 암울한 유이치의 일상을 부각시킵니다.
에테르가 세상을 채우고 있다 절망은 빨간 에테르 희망은 푸른 에테르 영원과 침묵 그곳에 흰 글라이더를 남긴다 —영화 중에서
릴리 슈슈의 팬들이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에테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팬들이 말하길 에테르란 빛의 전파를 매개하는 물질로, 오래전부터 이 세상을 채우고 있다고 믿어져 온 건데요. 💥 고통은 에테르로 치유되고, 상처 가득한 현실에서도 에테르 덕분에 평온함을 얻을 수 있죠. 영화 내내 주요하게 언급되는 이것은 릴리 슈슈의 팬들이 공유하는 감정인 동시에, 유이치가 집단 괴롭힘이라는 현실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원천입니다. 그런데 후반부에 이르면 유이치의 에테르는 무너져 버립니다. 인터넷상에서 가장 가깝게 소통했던 ‘파란 고양이’가 뜻밖의 존재임을 알게 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거든요.
강한 빛을 받은 자의 그림자는 그만큼 짙다
강한 에테르 또한 마찬가지
— 영화 중에서
사건 이후 열다섯이 된 유이치는 릴리 슈슈의 음악을 더 이상 듣지 않는 듯하지만, 새하얀 빛이 들어찬 교실에서 여전히 쿠노의 연주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영화는 유이치가 잿빛 세상에서 벗어나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결말을 내놓지는 않아요. 그저 시리도록 밝은 빛만으로 유이치가 겪는 세상의 명암을 가늠해 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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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께 다다른 DADA letter, 어땠나요?
오랜만에 빛처럼 찾아온 피드백에 대한 피드백입니다. 그간 뜸했던 이유는 들어온 피드백이 적어서였는데요. 😓 멤버십 등으로 달라진 님의 마음이 짐작은 가지만, 솔직한 한마디를 듣고 싶기도 합니다. 구독자 분들의 피드백은 다다레터에게 빛이고 소금이니, 하고 싶은 이야기 모두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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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을 드려요 지난 피드백에 대한 피드백 📨
60번째 '반항'에 대한 피드백 🙅
- 다다단 👤 ) 소수자 언급할 때 성소수자를 '등'으로 표현하지 말고 언급해주세요. 서운합니다
- 다다팀 💌 ) 안녕하세요, 해당 영화 섹션을 작성한 에디터 엘리입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유색인종이나 여성, 장애인 등이 겪는 일과 비슷하지 않나요?”라는 문장에 대해 지적해주신 것으로 이해하였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 외에도 노인, 종교적 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문장에서 ‘성소수자’를 포함한 다른 모든 소수자들을 적지 않은 것은 고의가 아니며, 본 컨텐츠의 제재인 ‘엑스맨 시리즈’의 일부 캐릭터를 떠올리며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주빌리 - 유색 인종, 피닉스 - 여성, 프로페서X -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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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번째 '울림'에 대한 피드백 🔊
- 다다단 👤 ) 앰비언트 음악은 처음 접해봤는데요, 출근길에 이어폰으로 듣는 것도 좋았지만 고요한 곳에서 크게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공연 시작 전 오케스트라가 조율하는 소리를 좋아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오늘도 좋은 다다레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다팀 💌 ) 저도 오케 조율 소리를 좋아해요! ‘곧 공연이 시작합니다-!’ 같은 신호 같기도 하지만, 공연장의 울림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 울림과 관련해 다양한 글을 모아봤는데, 다다단의 마음에 닿아 울린 것 같아 더욱 뿌듯합니다! 즐거이 읽어주셔서, 의견까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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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번째 '가을'에 대한 피드백 🍁
- 다다단 👤 ) 작년에 다녀온 부암동의 제비꽃다방이 정말 좋았어요. 창가로 쏟아들어져내려오는 따스한 햇살과 해를 쫓는 고양이들, 따듯한 차가 담긴 투명한 유리잔까지 모두 정말 예쁜 순간이었습니다.
- 다다팀 💌 ) 가을의 부암동을 좋아하는 분이 또 계셨군요! 제비꽃다방은 저도 못 가본 곳이네요..! 😳 가을이 떠나기 전에 얼른 가볼게요ㅎㅎ 받기만 한 것 같아 저도 근처 단풍스팟을 공유해드릴게요! 부암동에서 청운동으로 넘어오다보면 있는 ‘청운문학도서관’에 꼭 가보세요! 단풍나무 속에 둘러쌓인 고즈넉한 도서관이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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