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양파에는 매일매일 좋은 말을 들려주었더니 쑥쑥 잘 크고, 욕을 한 바가지 들려줬더니 썩어버렸다더라.. 💬 라는 식의 믿거나 말거나 과학실험.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죠? 🤔 🔗참고로, 식물을 괴롭히면 칼을 맞으실 수도 있습니다. 70년대 미국에서는 식물로 집안 곳곳을 꾸미는 플렌테리어의 유행에 힘입어, 식물도 감각적으로 쾌와 불쾌를 느낀다는 연구(내지는 소문..)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고 해요.

그 탓일까요? LA에서 Mother Earth라는 식물가게를 운영하던 부부, Lynn과 Joel Rapp은 작곡가 Mort Garson과 함께 식물을 위한 음악을 발매합니다. 🎵 사랑이 담긴 말도 좋지만, 좋은 음악이 가진 힘을 한번 빌려보자는 거죠! ‘warm earth for plants... and the people who love them(식물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지구 음악)'이라는 부제와 초록초록한 앨범아트로 식물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Plantasia>에는 총 10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식물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증정용으로 만들어진 앨범인 만큼, 식물을 돌보는 방법을 적어놓은 소책자를 함께 증정했어요. 아무래도 부부가 덕후들 마음을 제대로 저격하는 타고난 마케터였던 것 같죠? 🔫

그런데 식물과 식물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앨범은 LP 수집가들에 의해 의문의 꽃길을 걷게 됩니다. 트랙들의 제목에는 ’Symphony(교향곡)‘, ’Concerto(협주곡)‘ 와 같은 단어들이 들어가 있는 반면, 곡에는 클래식 악기 소리 대신 초기 모그 신시사이저(Moog Synthesizer)의 소리로 채워졌거든요. 🎶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전자악기의 신비한 소리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LP 수집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어요. 이에 2019년, Sacred Bones Records는 초록초록한 앨범아트로 무장한 <Plantasia>를 재발매했습니다. 그리고.. 굿즈로는 화분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시드페이퍼(Seed paper)를 함께 구성해 또 한 번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답니다. 💚

바야흐로 초록의 계절입니다. 💚 소풍을 준비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식물들도 바쁩니다. 새싹을 틔우고 가지를 활짝 펼쳐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줘야 하니까요! 곳곳의 들판과 숲은 긴 겨울잠을 끝내고 봄과 관람객들을 맞을 단장에 한창이겠어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국립세종수목원과 국립수목원을 들여다볼까 합니다.

1. 국립세종수목원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어릴 적 책이나 그릇에서 종종 보았던 토끼, ‘피터 래빗’! 그의 비밀 정원을 국립세종식물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 7월 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색연필과 수채 물감으로 소박히 채워진 그림을 온실 곳곳에서 식물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캔버스와 흙 모두에 피어난 수국이나 당근, 붓꽃 등을 정신없이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피터 래빗 씨네 저녁 식사에 가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네요!

2. 국립수목원 《숲의 옷, 지의류 정원》

“나랑 곰팡이… 비슷한 거 보러 갈래?” 🤪 망한 플러팅 4등일 듯한 멘트는, 포천에 위치한 국립수목원 앞에서 달라집니다. 국내 첫 🔗지의류 정원이 위치하기 때문이죠. 이끼랑 비슷하지만 무튼 다르다는 이 녀석들은 난대온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30년 동안 자라온 난대 식물들이 이곳을 제주도 곶자왈과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었대요. 새파랗고 울창한 초록이 지루해졌다면, 지의류 정원으로 가셔야겠습니다.

숲의 좋은 점은 언제나 비슷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준다는 거예요. 식물원이나 수목원도 다르지 않지만, 이들은 인간의 손으로 땅에 자리를 잡고 푸르러진 곳입니다. ✋ 관리사들은 식물들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규격에 알맞은 초록들만을 남겨둡니다. 빈 자리는 교체 식재를 통해 감쪽같이 채워집니다. ‘항상 그 자리에’라는 사실이 조금 오싹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초록의 지속성'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 걸까요? '초록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어디까지가 적절한 걸까요? 이를 🔗시민과의 연결로 해결하고자 한 울산 태화강 국가 정원도 있지만, 우리는 더 매끄럽게 아름다운 식물원의 모습에만 주목하는 것 같아요. 피터 래빗 씨와 지의류의 환대에 잠시 잊을 뻔했던 초록의 그늘이 서늘하네요. 🥶

히토 슈타이얼,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 2013, 단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설치, 15분 52초.

(출처: Artforum)

크리스마스 아침,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은 식사 자리를 갖습니다. 그러나 잔치가 무르익을 즈음, 신비한 존재인 ‘녹색의 기사’가 나타나 자신의 목을 내려치는 용맹한 기사에게 부와 명예를 주겠다며 게임을 제안하죠. ⚔️ 단, 1년 후 개시했던 공격을 그대로 돌려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요. 🪓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한 명이 선뜻 나섭니다. 바로 왕의 조카 가웨인이에요. 왕위 계승권은 있지만 이렇다 할 무용담이 없어 초조했던 그는 이를 기회로 여기고 ‘녹색의 기사’ 목을 베어내요.

🗣️“봐! ‘녹색의 기사’의 목을 벤 가웨인 경이야!” 한 순간에 영웅 서사시의 주인공이 된 가웨인은 일 년간 감탄 어린 칭송를 받게 됩니다. 이를 듣는 가웨인이 뿌듯했겠다고요? 아뇨. 그는 매일 불안했어요. ‘녹색의 기사’의 목을 베었다는 얘기는 곧, 일 년 후 자신의 목도 베어진다는, 일종의 사형 선고였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다가와버린 12월. 가웨인은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녹색의 기사’를 만나러 갑니다. 😞

• 다다단 👤 ) '음악'에서는 고전을, '미술'에서는 디자인을, '트렌드·대중문화'에서는 생일카페를, '영화'에서는 영화의 원조에 문제 제기하는 영화를 소개한 것 모두 큐레이션도 흥미롭고 주목한 콘텐츠도 신선해 멈추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 다다팀 💌 ) 이번 레터 흐름까지 파악해주시다니! 배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 ‘원조’에 대해 즐거운 사색을 하신 것 같아 뿌듯하네요! 잠깐의 시간이 피드백 주신 다다단의 하루를 다채롭게 만들었길 진심으로 바라요~ 🕊

• • 다다단 👤 ) 포크송은 미국의 모던 포크에서 출발해, 상업주의에 반발하고 비판적인 사회의식을 가득 담은 음악입니다.(처음 알게 된 내용이에요👍🏼)

  • 다다팀 💌 ) 마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라기엔 뜨거운 정신을 품고 있었지 뭐예요! 다다단에게 잔잔하지만 활활 타는 마음을 선물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