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가사, 소박하고도 아름답게 빛나는 어쿠스틱 악기의 쓰임으로 유명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닉 드레이크의 죽음 이후 2007년, 그를 추억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닉의 진가를 알 수 있던 앨범이기도 했지만, 화제가 되었던 건 사실 앨범에 실린 닉의 어머니, 몰리 드레이크의 음악이었어요. 심지어 2013년엔 식을 줄 모르는 몰리의 인기에 그녀가 젊었던 시절 집에서 녹음한 19곡이 담긴 앨범이 발매되기에 이르러요. 1960년대 가정용 테이프로 녹음되어 음질 수준이 조악하지만, 영원히 알려지지 않을 뻔한 노래들은 그것이 가진 소박하고 꾸밈없음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어요. 😇

<투명사회>의 저자 한병철은 투명사회는 동일한 것의 지옥이라고 했습니다.

매끈하게 다듬어져서 그 속에서 아무런 저항이 일어날 수 없는 ⛓ , 즉 모두가 같은 것 들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사회에서 다름, 낯섦, 그리고 저항은 제거되어야 하는 방해물일 뿐이죠.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이 획일적으로 조작되고, 온갖 잡음이 제거된 투명한 사회.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즉흥성, 우발성, 그리고 자유가 내포하는 불투과성 없이는 다채로운 각자의 삶의 풍경을 결코 그릴 수 없을 거예요.

투명성은 모든 관계 사이의 거리감을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어떤 공백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수수께끼와 같은 것들, 그리고 지켜지는 거리 속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관계를 지탱하는 힘이 돼요. 모든 거리감을 없앤 채 발가벗겨진 것들은 곧 외설적인 포르노로 전락하고, 투명하게 전시된 것들은 에로틱한 광채를 잃고 말죠. 바로 앞에 있는 것들로부터 한 발자국 벗어나 그 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그 불투명한 굴곡들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심미적인 반성의 계기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