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리찰리.. 구독자들이 다다를 좋아할까?

2021. 6. 16.

2021/06/03

당신에게 다다른 #4번째 레터

🙏 사바하

사바하.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뜻의 불교용어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인간을 연약하게 합니다. 연약해진 인간은 타인을 통해 자신의 안녕을 확인받고 싶어 하고, 나를 포함한 옆의 누군가가 안녕하길 끊임없이 바라죠. 오늘 다다레터는 불안한 인간들의 고군분투를 모아보았습니다. 모두 서로의 손을 잡아줍시다. 🤝 어때요? 마음이 편안해졌나요?

- 엥믜 🙊

[ 영화 ] 萬神 🧧

[ 음악 ] 훵크 굿음악. 리터럴리 굿. 👍

[ 미술 ] 솔직한 바람을 담아 그린 그림 💫

[ 트렌드 ・ 대중문화 ] 라마마 ... 다다레터 구독자들 보게 해줘 🕊

영화

萬神 🧧

萬神, 만신. 차례로 일 만 만 자와 귀신 신 자예요. 만 명의 신을 뜻하는 말은 아니고, 그들과 우리를 잇는 '무당'을 높이는 말입니다. 무당은 신을 섬기며, 산 자와 죽은 자들을 위로하고 길흉을 점치는 직업이에요. 이사, 취업, 결혼, 개업, 장례... 우리 인생의 곳곳에서 무당들은 늘 함께합니다. 그들은 심지어 국가의 대소사에서도 한 자리⁽¹⁾를 지켜요. 그중에서도 김금화(1931~2019)는 나라 무당으로 불리며 그야말로 '전설'로 여겨지는 인물이에요.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 만수대탁굿⁽²⁾을 일곱 번이나 치렀고, 무속 관련 책을 여러 권 써내 문화 보존에도 힘썼죠. 무당이자 한 사람으로서 한국 전쟁과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고, 여러 시련을 견뎌내며 그의 존재뿐 아니라 삶 또한 역사가 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만신」은 김금화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처럼 김금화의 인터뷰와 실제 굿 장면이 등장하다가도, 김새론과 류현경, 문소리가 연기한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해요. 이 교묘한 구성은 우리로 하여금 한 무당의 삶에 홀리듯 빠져들게 합니다. 🔮 무속 신앙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못하니 믿을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휴전선에서 굿을 하다 김일성의 영혼이 접신된 김금화의 모습은 우릴 단번에 압도해버립니다. 남녀노소 국적 상관없이 굿판에서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은 또 어떻고요. 한 마음으로 묶여 흥겹게 액운을 털어내는 축제가 굿이 아니면 또 있을까요?

실제로 무속은 오랫동안 미신으로 취급당했고, 국가에서 이를 타파하기 위해 조직적인 정책을 펼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만신을 보세요. 그들은 자신의 삶과 목숨을 희생하기까지 하며 지친 넋들을 달래고 어두운 앞날을 밝혔죠. 영화 역시 김금화가 대표하는 고되고도 찬란한 만신의 삶과 무속 신앙의 진면모를 진솔하게 담아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꼭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당신들이 천대하던 우리가 항상 당신들의 곁을 지켰어요.' 👥

"영화 잘해오는 동안에 어디 다치지도 않고 실수도 없구 걱정도 없이 한 마음이 되고, 한뜻으로 우리 조상의 문화를 바로 알게 돕고 바로 인정받고 바로 알고 바로 이해를 하고, (..) 모든 분들, 영화를 봐도 재수 대통하게 도와주시고, 보는 영화 올 때 갈 때 잘 보고 집안도 편안하고…"

만신 김금화는 사람들의 평안과 무속의 인정을 바라는 기도로 영화를 열어요. 🙇 그가 주문처럼 쏟아내는 말들은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첫째로 정말 재수가 대통하고 집안이 편해질 힘, 둘째로 무속 신앙이 제대로 인정받게 할 힘, 마지막으로 든든한 만신이 늘 우리 곁에 있으니 근심 걱정을 내려둘 힘.

(1) 영화에는 6.25 전쟁, 삼풍백화점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연평도 해전, 천안함 참사 등 국가적 비극을 위로하는 굿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2) 황해도 만수대탁굿은 집안의 번창과 산 자의 복, 죽은 자의 안식을 비는 굿입니다. 치를 행사가 마흔 개가 넘기에 3~5일은 거뜬히 걸리고, 작두 타기는 물론 소까지 잡는대요. 일정 경지에 다다른 무당에게만 허락되는 굿이고, 무당 인생에서 3번을 치르면 하늘의 문이 열린다고 합니다.

만신 김금화의 인터뷰 보러 가기 🔖

음악

훵크 굿음악. 리터럴리 굿 👍

여러분은 굿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요란한 악기 소리와 신들린 무당의 중얼거림까지 섞여 신비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죠. 그래서 확실히 편하게 흥얼댈 수 있는 류의 음악은 아닌 것 같아요. 😵 그런데요, 여러분. 이런 굿음악을 멋진 펑크로 재해석한 아티스트가 있어요!

고깔, 무복을 착용하고 방울을 흔드는 아티스트. 바로 ‘추다혜차지스’입니다. ‘추다혜차지스’는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혼성 민요 록 밴드 ‘씽씽’ 보컬 출신의 추다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이킥 델릭 샤머닉 펑크 밴드입니다. 사이킥 델릭 샤머닉 펑크는 그들이 직접 만들어낸 장르로, 평안도∙제주도∙황해도 굿에서 쓰이는 무가에 펑크 사운드와 힙합 요소를 가미한 음악이에요. 😋

(이미지 출처 : POLCLANOS)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굿판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직접 영적인 무언가와 교류하는 느낌마저 드는데요. 오늘 소개할 음악은 무당이 굿을 진행할 때 빼놓지 않는 ‘공수’⁽¹⁾를 음악적으로 풀어낸 곡이에요. 곡 제목도 소원을 빌어주는 음악, ’비나수’ 뒤에 +를 붙인 형식인데, 이때의 +가 공수를 의미합니다. 🎐

굿음악을 구성하는 요소 중엔 공수 말고도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장단입니다. 각 지방 별로는 물론이고 같은 굿 안에서도 절차에 따라 다양히 변주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이 한 곡 안에서도 리듬의 변화가 정말 잦아요. 뿐만 아니라 각 악기들은 마치 재즈의 잼⁽²⁾처럼 비정형화된 리듬의 소절을 서로 주고받죠. 이러한 특징들로 굿음악의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는데, 정의하면 「비나수+」는 펑크 레게 장단에 드럼, 베이스, 일렉이 쓰인 비나수곡이겠네요. 🤩

“굿패키지로다 디릴적에 이놀이 정성을 받으시고

삼사데자 나라만신의 축원대로 소원성취 시겨주자”

_비나수+」 가사 중에서

무언가를 매개로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해준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무당은 결을 같이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종교적인 감상을 떠나 무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회복을 가져다주죠. 🎊 추다혜차지스의 음악이 사랑받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거예요. 낯설지만 타인의 행복을 비는 음악. 무가를 들으며 여러분도 스스로와 다른 이의 안녕을 바래보는 건 어떠세요?

(1) 무당이 신들린 상태에서 신의 말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 ‘너네 집에 사과나무 있지? 그거 거기 있어서 큰일 난 거야’ 하는 식.

(2) 재즈 연주자들이 악보 없이 하는 즉흥적인 연주

훵크굿음악 들어보기 🎸

미술

솔직한 염원이 담긴 그림 💫

여러분, 벌써 유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 이맘때 즈음이면 새해를 시작하며 적어두었던 바람들을 다시금 꺼내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꼭 특별한 시기가 아니더라도, 언제고 소소한 바람이 생겨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염원하시는지 궁금해요. 아마도 대부분이 문자를 기반으로 한 형태일 거라고 짐작해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종종 그랬듯이, 그림으로 나의 소망을 표현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림에 바라는 바를 담는 일은 아주 오래되었답니다.

조선 후기 백성들의 그림인 민화 곳곳에도 다양한 바람들이 숨어있어요. 평범한 백성들이 그렸기에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식물, 그리고 사물들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죠. 또, 민화가 등장하기 전의 한국 회화와 달리 정형화되고 상식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상징물을 표현하는 방법이 퍽 진솔하다고 여겨진답니다.

(이미지 출처 : 가회민화박물관)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그림 속 닭과 석류는 모두 현실에 맞닿은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 둘이 이렇게 가까이 함께 있는 모습은 다소 생경합니다. 하지만 이 쌩뚱맞은 조합에는 다 계획이 있어요. 😜 그 옛날에는 닭의 ‘볏’이 ‘벼슬’의 의미를 지니며, 울음소리로 복을 부른다고 하여 부귀영화, 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답니다. 그리고 낱알이 오밀조밀 들은 석류는 가족의 번성, 풍요를 기원했다고 하죠. 따라서 의미를 종합해보면 이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려낸 풍경화를 넘어, 가문의 풍요와 부귀영화를 바라는 상징화가 되기도 해요. 이렇게 민화는 때때로 엉뚱한 피사체들을 관계 지음으로써 정말 순전히 소망을 염원하기 위한 그림임이 투명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얼핏 보았을 때는 단순히 일상의 한 순간을 그린 것 같지만, 의미를 알고 나니 귀여우리만큼 노골적이지 않나요? 😏 그림 속에 슬몃 녹아있는 그들의 바람은 지금 우리가 꿈꾸는 바와 별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바라고 염원하는 바는 결국 거의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 새로운 방식으로 꿈을 꿔보는 것은 어떤가요. 단순한 나열에서 벗어나 이야기로, 장면으로, 그리고 오래전 누군가 민화를 그렸듯 그림으로도 말이에요. 😤

트렌드 ・ 대중문화

라마마... 다다레터 구독자들 보게 해줘 🕊

안그래도 어떻게 될지 헷갈리는 세상인데, 뒤숭숭한 이 시국까지 거드는 요즘엔 이런저런 고민이 참 많습니다.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갖는 의미도 물론 있겠지만, 누군가한테 대신 결정해달라고 고민거리를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지요. 다만 가까운 사람일수록 들어주는 상대가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걱정에 다시 또 고민에 고민.. (고민이 고민을 낳아버림 😇)

어떤 고민들은 전문가의 분석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간절히 소망하는 무언가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민과 선택에 대한 확신을 누군가로부터 구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점집을 찾곤 해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주진 않아도 묘한 찝찝함만큼은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는 그런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 보통 점집에는 중장년층이 자주 간다는 인식이 강한데요, 요새는 점집을 찾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전화 사주나 온라인 사주 같은 비대면 서비스가 MZ세대 사이에서는 유행이라고 합니다. 연애와 타로, 심리진단과 분석, 사주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챗봇 서비스(👈궁금하면 클릭!)가 인기를 끌면서, 운세를 확인해볼 수 있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도 출시되고 있어요. 종이신문 한켠에 '오늘의 운세'를 뒤적거리던 이전 세대와는 또 다른 풍경이죠?

근데, 우리나라 젊은이들만 이렇게 불안해서 점을 보는 걸까요? 🙅 아뇨, 서양의 젊은이들도 점성술에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코로나와 브렉시트 등의 불안정 시기가 더해져 점성술 성장에 불을 지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점성술과 생년월일 차트에 대한 검색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 곳곳의 청년세대는 미신적인 무언가에 기대서 자신의 걱정을 해소하려 하고, 소망하는 것들에 대한 확신을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사실 타로 어플도, 그리고 점집의 역술인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할 거란 걸 우린 알아요. 불안감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심리적인 도피처를 찾는 것도 좋지만 불확실성마저도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불안함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을 원만히 성취 (사바하 🧚 )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