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다른 #37번째 레터 : 경연
2022/10/06
당신에게 다다른 #37번째 레터
🥊 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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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구두구... 다다레터 1등 구독자는 님입니다! 축하드려요. 이번 경연에서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메일 오픈과 정성스러운 피드백이었다고 하는데요. 우승 소감은 🔗여기서 말씀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번 행사는 선의의 경쟁과 소통을 통해 구독과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고자 개최되었습니다. 어... 잠시만요. 어떤 분이 어떻게 메일 구독에서 1등을 가리냐고, 이번 경연 자체가 옳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또 다른 분은 나는 메일 내용을 곱씹느라 피드백을 남기지 못했다고 토로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님이 1등 구독자가 아닌 건 아닌데... 휴, 오늘 경연, 어쩌죠?
- 엘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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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 대중문화 ] 당신의 가수에게 투표, 아니 투자하세요! 🤑
[ 음악 ] 기울어진 그래미 🇺🇸
[ 영화 ] 일반인을 향한 천재의 순박하고 잔혹한 재능🥈
[ 미술 ] 싸우는 거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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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음악방송 채널, Mnet은 경연 프로그램의 명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우리나라 서바이벌 예능 장르를 처음 개척한 ‘슈퍼스타 K’부터, 최장수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유수의 아이돌 스타들을 낳은 ‘프로듀스 101’까지. 이젠 기획사들조차 자신들의 공개 오디션을 엠넷에서 중계하길 원할 정도예요.
이러한 경연 프로그램의 원동력은 경쟁과 관심입니다. 🔥 참가자들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생기는 해프닝은 곧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데뷔’ 혹은 ‘유명세’에 대한 강렬한 열망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자와 앱을 동원해 그들에게 투표하고,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참가자가 마침내 1등 자리에 서길 원하죠.
그런데 이거, 피로합니다. 그것도 무척 많이! 그렇지 않아도 자본주의가 이끌어낸 경쟁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이어지고 있는데, Mnet은 여전히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을 멈추지 않아요. 다른 방송사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카메라 몇 대를 두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잔잔히 바라보는 관찰 프로그램을 방영하느라 정신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
특히 9월 런칭이 예고된 ‘아티스탁 게임’은 사람들을 피곤, 아니 기겁하게 만들기까지 했어요. 아티스탁이 ‘예술가’를 뜻하는 Artist와 주식을 뜻하는 Stock의 합성어인 점이 힌트입니다. 시청자가 가수들의 재능을 가치 평가한 다음, 그걸 ‘거래’하는 트레이딩 게임 형식이거든요. 📈 차마 주식의 원리로 수치화 할 수 없는, 사람의 재능을 사고 판다는 거예요. 이제 사람들은 독기를 품고 예상 밖의 가창력을 보여준 3번 참가자를 두고 “가즈아~!”를 외치며 투자를 선언하겠군요. 한편 과열된 경쟁으로 인해 중도 포기를 선언한 25번 참가자를 두고 ‘떡락’했다고 절망하겠고요.
엠넷의 선택은 과연 현명한 걸까요? 🤐 모두가 힐링을 찾던 시대야 갔다고 칩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거쳐 되어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고자 하는 경향(🔗36번째 다다레터 #아침 참고)이 강해졌으니, 이젠 경연 프로그램이 다시 대세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아니, 대세가 되어도 괜찮은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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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장 유서 깊은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는 전 세계 음반업계의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1959년에 시작된 그래미 어워드는 대중음악의 흐름을 장악(!) 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의해 펼쳐지는 경연이에요. 때문에 경연이 펼쳐지는 곳의 시선, 즉 ‘미국’ 중심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
최근에는 ‘글로벌’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었지만, ‘월드 뮤직’이라는 시상 카테고리는 그들의 음악 경연이 비미국적인 음악을 타자화한다는 걸 드러내죠. 그래미 어워드가 불평등한 경연이라는 비판을 받은 데에는 최근 BTS의 수상 불발도 한몫 있었어요. 특정 국가의 음악을, 음악인을, 그리고 문화를 소외시켰던 그래미는 ‘월드뮤직’에서 ‘글로벌 뮤직’으로의 변화를 통해 현대적이고, 포함적인 시상식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는데요, K팝 역시도 ‘비미국적인 음악’ 이기에 그들의 인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평이었죠.
뿐만 아니라 다른 해석도 있었습니다. (🔗)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BTS의 수상 불발은 인종차별이 아닌 성차별에 기인한다고 주장했어요. 😮 BTS의 음악을 듣는 주류 소비자, 곧 K팝 팬덤의 주축인 10~20대 여성을 향한 차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그래미는 백인 미국 남성의 시각으로 음악을 심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
이러한 비판들을 의식한 그래미 측은 심사위원에 유색인종의 비율, 여성의 비율을 높였어요. 하지만 그 변화가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작년, 빌보드 역사상 최장기간 핫 100 차트에 머물렀던 위켄드가 그래미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걸 생각해보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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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nny blanco, BTS & Snoop Dogg - Bad Decisio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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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오늘의 글은 그래미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지 못했던 세명의 아티스트가 함께 작업한 음악을 소개하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Bad Decision’은 10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던 베니 플랑코(Benny Blanco), 그래미 역사상 가장 불운한 음악가로 손꼽히는 스눕독, 그리고 BTS가 함께한 음악이에요. 참고로 스눕독은 1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답니다... (숙연) 이 사람들… 올해 그래미에서는 시상할 수 있을까요? 😯 시상식을 앞둔 지금, 올해 그래미의 Better Decision을 같이 기대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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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향한 천재의 순박하고 잔혹한 재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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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능가하는 실력으로 시 대회를 휩쓰는 아이. 그 옆에는 그를 든든하게 서포트해주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오늘도 대중 앞에 선 아이는 즉석에서 기막힌 시를 읊어요. 선생님이 뿌듯하겠다고요? 아뇨. 선생님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아이의 입을 주시한 채 입꼬리를 움찔거리며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 말이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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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선생과 선생을 능가하는 제자 사이에서의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이에요. 시를 사랑하지만 재능이 따라주지 않아 좌절하는 유치원 교사 리사는 어느 날 빈 교실에서 다섯 살 지미가 시를 읊는 것을 발견해요. ✨ 아이의 놀라운 재능에 흥분한 리사는 지미의 부모를 찾아가 그의 천재성을 잘 개발해야 한다 주장하죠. 그러나 부모는 아이를 '천재'로 키울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아이'로 자라길 바랐거든요. 그러나 지미의 천재성이 아깝다고 생각한 리사는 부모 몰래 지미를 미술관이나 시 대회에 데려가며 나름의 영재교육을 시켜요.
리사의 지극정성에 지미는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볼수록 리사는 뿌듯함이 아닌 극심한 패배감을 느껴요. 언제부터였는지 되짚어 볼까요? 🤔 빈 교실에서 아이의 천재성을 발견한 첫날, 리사는 아이의 시를 몰래 받아적어 글방에서 자신의 시인 것처럼 읊어요. ✍ 어딘가 늘 부족하다는 코멘트를 받았던 평소와는 달리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멋진 시를 썼냐며 칭찬했죠. 리사는 그날 이미 지미에게 졌어요. 아이의 천재성을 발견한 바로 그날, 자신의 애매한 재능을 체감해버린 거예요.
시상대는 어떤 자리일까요? 그간 갈고 닦은 재능을 대중 앞에 선보이는, 잘할수록 더 큰 박수와 더 무거운 트로피를 받는 자리일 거예요. 🏆 그럼 시상대에 올라가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떨까요? 아마 자신의 애매한 재능을 체감하는 자리일 거예요. 이런 맥락에서 리사는 지미와 매 순간 경연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지고 싶었으나 가지지 못한 어린 지미의 천재성을 지켜보며, 자신의 애매한 재능을 끊임없이 체감해가며, 패배하고, 또 패배하는 경연이요. 아무것도 모르는 눈을 하고 악의 없이 반짝이는 지미는 이런 리사를 알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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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매치’는 스포츠 경기에서 챔피언들 간의 시합을 의미합니다. 권투 시합에서 링 안의 두 선수가 마주한 장면이 떠오르실 것 같아요. 🥊 그런데 땀을 뻘뻘 흘리는 선수들이 있는 경기장이 아닌, 미술관에서 타이틀 매치가 열린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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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매년 ‘타이틀 매치’라는 이름으로 2인전 시리즈를 열어 왔어요. 지난해에는 임민욱과 장영규 두 사람을 초대해 《교대》라는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임민욱 작가의 설치와 조각에 장영규 음악가의 사운드 작업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오묘한 빛깔의 오브제를 보고 있으면 무려 12채널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작품과 우리를 감싸죠. 두 작가의 작업은 서로 경쟁하기는 커녕 함께 함으로써 시너지를 냅니다. 협업은 2층 말미에 놓여 있는 신작, 🔗<교대 - 이 세상 어딘가에>에서 빛을 발해요. 임민욱의 시선이 장영규가 소속된 밴드 이날치의 노래와 어우러지니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됩니다. 🎵
우리는 보통 미술관에 가면 ‘본다’는 감각에만 집중하게 돼요. 그런데 이들의 전시는 듣는 감각도 함께 자극했어요. 서문을 볼 때, 작품을 볼 때, 다음 층으로 올라갈 때 모두 다른 테마의 사운드가 들렸거든요. 전시는 관람객이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하면서 몰입을 높입니다. 두 감각을 조화롭게 사용할 때 제대로 된 감상과 이해가 가능하다는 걸 제안하면서 말이죠.
두 사람은 속한 장르는 다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 이들은 전통이나 근대의 것을 새로운 기법과 매체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끔 하죠. 이처럼 《교대》는 과거의 이야기를 소환하는 방식을 엿보게 하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누가 이길지 감히 예측해 보려던 마음이 무색하게, 전시는 두 예술가 간의 대결 구도를 해체하고, 작품과의 만남과 그것이 지닌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들었어요. 서로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며 탄생한 작업들을 보니 어째서인지 타이틀 매치라는 이름에 속은 것도 같네요. 🤔
p.s. 타이틀 매치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올 예정이에요. 그 주인공은 바로 🔗임흥순과 오메르 파스트! 이번에는 어떤 모습일지, 11월에 함께 확인해 보기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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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께 다다른 DADA letter, 어땠나요? 새로운 에디터, 영 👀과 함께 37번째 다다레터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끼리니까 슬쩍 얘기하면, 영은 미술과 연극에 관심이 많아요. 다다레터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기점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더 좋은 레터 만들어볼게요. 💪 님도 피드백 링크를 통해 영을 가득 환영해주는 것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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