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 뜬금없지만 영화 좋아하니? 🍿 선배는... 영화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더라. 요즘 티켓값이 너무 비싸다고? 음... 선배는 그만큼 극장의 가치가 희소해진 거라고 생각해.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고? 감독들이 할말이 많은가봐, 우리가 이해해주자. 촤하하...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뭐야? <명량>이 마지막인 건 아니겠지? 그럼 나 우리 후배님한테 좀 실망할지도. 아무튼 오늘은 선배가 우리 후배님에게 영화 두 편을 추천해주려고 펜을 들었어. 잘 읽어줘.

가사를 살펴볼까요? 이별에 적응 못한 사람이 연인을 그리워하고 있네요. 가지지 못한 슬픔이 커질수록 갖고 싶다는 욕망은 커지고, 이내 화자는 슬퍼지고 외로워집니다. 현실과 마주해야만 한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되거든요. 😞

가사를 곱씹을수록 이건 비단 사람의 관계 안에서만 통용되는 감정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 크기를 점점 키울 때, 결국 우린 작디작은 스스로와 마주하게 되어요. 가끔은 그런 자신이 미워서 더 큰 허세로 덕지덕지 포장하기도 하고요. 🎁 정말 슬픈 사실은, 이 허상의 굴레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는 거예요. 처음엔 재밌는 노래 가사를 따라 하며 키득거리지만, 곡의 말미 즈음 슬퍼지고 부끄러워지거든요. 허세 부리는 타인을 떠올리게 만든 이 곡은 이내 끝이 씁쓸한 자기 고발 곡이 되죠. 🤭

말로만 그래놓고 또 또 또다시 그러면 어떡하니

자꾸 자꾸 그럴수록 사람 사람이, 사랑이 안보이잖아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어허

나의 못남을 가리기 위해 허세 부리던 시절을 생각해봅니다. 꾸민 만큼 멋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외로웠던 것 같아요. 😓 김수철 씨도 같은 부분을 지적합니다. ‘거짓된 나’를 만들어낼수록 사람을, 나아가 사랑을 볼 수 없다고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곡입니다. 그치만 조금 다른 제안을 해보고 싶어요. ‘실체가 없는 나’와 우리 그만 이별하는 거 어때요? 허세로 나를 치장하느라 아름다운 사람들을, 사랑스러운 마음들을 보지 못하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 마지막으로 감히! 00에게, 또 스스로에게 따끔한 한 마디를 건네봅니다.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영화, 혹은 음악을 좋아하는지 묻곤 합니다. 이렇듯 취향에 대한 이야기는 초면에도 비교적 괜찮은 대화 소재에요. 💬 하지만 이 질문, 꽤나 많은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에 의하면 문화적인 취향은 곧 계급을 드러내기 때문이에요. 사회적/경제적 자본처럼, 문화 또한 자본으로 축적되어 계급을 구별짓는 것이죠. 쉽게 말하자면, 고급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을 부유한 사람들이라고 판단하는 것처럼요.

누군가가 클래식 음악 듣기와 발레 관람하는 걸 좋아한다고 해봅시다. 🎻 🩰 그리고 쇼미더머니랑 스우파 같은 문화콘텐츠는 예술이 아니라고 하고요. 이사람.. ‘허세 쩌는’ 재수없는 사람 아닌가요? 🤨 고급문화와 대중문화가 명확히 구분되었던 시대에는, 이러한 차별과 무시는 공공연한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상류층(elitist snob)은 ‘snobbism’ ¹⁾이라는 꼬리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모든 문화를 소비하며 문화적 자본을 축적하기 시작했어요. 🐷 이제 그들에게 있어서 ‘세련된’ 태도는 속물적인 허세로부터 벗어나 대중문화까지 두루두루 소비하는 ‘문화잡식’이 된 것이죠.

예술의 가치가 다양성과 확장성에 있는 현시대에, 잡식의 태도는 여전히 세련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다레터 또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구독자 여러분들께 다양한 문화예술을 소개하고 있으니까요. 😯 하지만 꼭 ‘다양하게 소비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다양성과 확장성에 대한 강박 아닌 강박이 오히려 즐기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특정 계급에게만 허락되었던 특정 문화가 이제는 모두에 의해 소비될 수 있다면, 어떤 문화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허락되었다면, 문화를 즐기는 방법과 모습들에 대해서도 다양성이 존중됨이 마땅하니까요. 🙆 그러니 오늘 다다레터가 소개한 것들 또한, 꼭 전부를 즐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문화예술로 풍요로운 삶,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기는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