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두 무늬는 같은 걸까요, 다른 걸까요? 가만 보면 왼쪽 사진을 확대한 것이 오른쪽 사진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정답은 다른 무늬입니다. 둘다 브랜드 마리메꼬의 오리지널 패턴이지만, 왼쪽은 Räsymatto, 오른쪽은 Kivet라는, 서로 다른 무늬들이에요.

이렇게 브랜드 ‘마리메꼬’는 다채로운 패턴을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 하우스랍니다. 출신 국가는 바로 핀란드! 🇫🇮 직접 패턴을 개발하고, 그 무늬들로 에코백, 원피스, 컵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죠. 역사는 무려 1951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만들고 생산해낸 패턴들이 무려 3500여개나 된대요.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양귀비가 빽빽히 들어찬 ‘우니꼬’ 패턴이고요. 그런데 이 많은 패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기억하냐고요? 마리메꼬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무늬 사전’!

2021년, 마리메꼬는 창업 70주년을 기념하며 ‘마리피디아’를 개발했어요. 마리메꼬의 ‘마리’와, 사전을 뜻하는 ‘피디아’를 합쳐놓은 말 뜻 그대로, ‘마리메꼬의 무늬 백과사전'이랍니다. 📗 카메라를 켜 눈앞의 무늬를 곧장 찾아볼 수도 있고, 그냥 사전을 ㄱㄴㄷ순으로 읽듯 온갖 무늬들을 구경할 수도 있어요. 만든 이와 만들어진 날짜는 물론이고, 사진을 저장해 배경화면으로 쓸 수도 있답니다. 거참 알찬 사전이죠? 😙

물론 많은 브랜드가 자신들이 낸 상품이나 시즌을 아카이빙 해오긴 했었어요. 하지만 마리메꼬처럼 무늬 자체를 기록하고, 그 뒷 이야기를 공유한 적은 없었죠. 그래서 우리는 마리피디아에 더 큰 매력과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동안 옷을 재고 만든 사람은 알려졌어도, 그 안을 채운 사람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마리메꼬의 행보가 곧 브랜드의 진한 무늬가 될 겁니다. 아카이빙된 패턴들은 곧 고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디자이너들은 오래된 영감으로부터 참신한 것들을 발견해낼 테니까요. 💡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있지요. 하루의 안식처와 같은 이불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분명 서로는 가까운 사이일 거예요. 🛌 특히 결혼할 때 가족끼리 이불을 선물하기도 하잖아요. 여기, <아메리칸 퀼트(How To Make An American Quilt)> 에서도 이불은 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선물입니다. 결혼을 앞둔 핀을 위해 할머니는 동네 ’퀼트 모임’의 친구들과 함께 이불을 지어요. 👵 천과 천 사이에 솜을 넣고 바느질하여 무늬를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이 바로 퀼트인데요, 핀을 위한 이불은 과연 어떤 무늬일까요? 퀼트의 주제는 바로 ‘사랑이 머무는 곳(Where love resides)’입니다. 할머니들은 각자가 가진 ‘사랑의 기억’들을 한 데에 엮었어요.

다만, 사랑의 조각들이 모인 무늬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 모두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할 수는 없거든요. (미리 말씀드립니다. 1997년에 개봉한 영화예요.) 하지만 이불을 만들던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덮고, 치유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후회스러운 선택들도 그 당시에는 이어 붙이고 싶었던 간절한 조각이었다는 걸 받아들이거든요. 이렇듯 퀼트를 엮으며 할머니들은 비로소 삶의 얼룩과도 같았던 지난날의 사랑을 모두 포용하게 돼요. ❤️‍🩹

또한 모임에서 퀼트 무늬에 대한 결정권자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것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 여성의 삶을 비교적 자세하게 그리고 있어요. 왜 그랬을까를 한번 생각해보면, 영화 제목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American Quilt’잖아요. 🇺🇸 미국의 시민혁명 당시, 노예폐지운동의 자금 모금을 위해 퀼트가 사용되었다고 해요. 퀼트와 함께 노예폐지를 주장하는 시를 같이 팔기도 했고요. ¹⁾

한 조각씩 모여서 만들어지는 퀼트의 무늬처럼, 많은 천들을 덧대다 보면 얼룩과도 같았던 상처 역시도 사랑의 잔흔으로, 그리고 사랑이 머물었던 기억으로 남길 수 있나 봐요. 어쩌면 퀼트 자체에는 지난날 미국 사회의 얼룩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