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게 다다른 2022년의 복

당신에게 다다른 #20번째 다다레터 : 복

2022. 1. 26.

💌 에게 다다른 2022년의 복

2022/01/27

당신에게 다다른 #20번째 레터

🧧 복

생각이 많은 저는 늘 새해에 안부 인사 문구를 고민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기엔 지인들이 받은 복 없이도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즐거운 새해 되세요’라고 인사하면 되지만, 기왕이면 지인들이 복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구요.

이번 ‘복’편 레터를 준비하며 저는 앞으로 새해 인사 관련해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복이라는 게 제 인사 한 마디로 쉽게 생기고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복의 유무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진짜 ‘복 있는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고민 없이! 님에게 새해 안부를 전합니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엥믜 🙊

[ 트렌드 ・ 문화 ] 나 복 받는 거임. 암튼 그럼. 😜

[ 책 ] 돌돌익선? 마음익선! 😮

[ 영화 ] '세계박복대회' 강력 우승 후보 🏆

[ 음악 ] 그냥 새해 복 많이 받는 걸로 🙆

트렌드 ・ 문화

나 복 받는 거임. 암튼 그럼. 😜

새해 첫 곡으로 무얼 들으셨어요? (다다팀에게도 추천해주세요… 내년에 함께 듣게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작년 즈음부터 새해 처음으로 듣는 곡이 한 해의 운세를 결정한다는 21세기 새로운 미신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 뭐예요. ¹⁾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주 정성스레 돈, 명예, 권력! 😎 을 노래하는 곡들과 함께 연말을 준비하기도 하고요.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행동은 꾸준히 인류와 함께 해왔기에 어떻게 생각해보면 별 특별할 것도 없긴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널리 퍼진 이 새로운 풍습이 퍽 재미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옛것이라고 마냥 고리타분할 리가 없죠. 예상치 못한 이벤트로 작은 웃음을 자아내는 다른 나라의 복 찾기를 살짝 알려드릴게요.

커다란 괘종시계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12번 울려 퍼집니다. 낭만적이기도, 왠지 엄숙하기도 한 1년의 끝자락에서 스페인 사람들은… 포도를 입 안에 욱여넣습니다! 종이 한번 울리면 한 알, 다시 한번 종이 울릴 때 또 한 알, 이렇게 모두 12알을요. (1댕1알) ‘las doce uvas’라고 불리는 이 전통은 스페인뿐 아니라 멕시코, 포르투갈, 쿠바 등지에서도 이어지고 있어요. las doce uvas는 말 그대로 12알의 포도를 뜻하는데요, 이는 곧 새해의 열두 달을 의미한답니다. 포도를 한알씩 입 안에 넣으며 새해 소원을 비는 거예요. 입 안에 모든 포도를 넣으면 성공! 소원이 이루어지고 안녕이 넘치는 한 해를 살게 될 거라고 믿죠. 이건 다다단에게만 알려드리는 믿거나 말거나 비밀인데요. 포도 12알을 한 입에 모두 넣어두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좀… 빡세니까요. 😏 몰래 포도를 먹어치우는 꼼수 정도는 살짝 눈감아주기도 한답니다. (스페인 사람들… 상냥해…) 다람쥐처럼 올록볼록 동그란 볼인 채로 모여있는 사람들이라니... 너무 귀여운 풍경인 거 있죠. 마음까지 괜스레 행복해지니까, 꼼수를 썼든 어쨌든 이걸로 된 일 아닐까요? 👀

출처: 게티이미지

이번에는 덴마크로 떠나볼까 해요. 여러분은 덴마크의 어딘가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레드썬) 새로운 해인만큼 신선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는데, 누군가 우리 집 앞에 접시를 깨고 갔다면...?! 🤦 정말 화가 날 거예요. 무서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우쭐해하곤 합니다. 심지어 더 많은 접시가 깨져있기를 바라죠! 덴마크에서는 섣달 그믐날에 이웃집이나 친한 친구의 집 문 앞에 사용하지 않는 접시와 유리잔을 깨뜨리는 전통이 있거든요. 접시는 지난 1년 동안의 나쁜 일들을 가리켜요. 접시 깨기는 이 나쁜 일들이 산산이 부서지기를 소망하는, 일종의 액운 쫓기라고 할 수 있겠죠. K국 국민이라면 재수 없다며 등짝 맞을만한 일도 어디에서인가는 축복의 메시지가 된다는 사실이 꽤나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출처: nyoooz

복에 대한 열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상 존재해 왔어요. 하지만 그 모습은 이렇게나 사뭇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죠. 우리도 올해 설부터는 나만 아는 복 찾기를 해보는 게 어때요? 그럼 비록 새해 첫날 서글픈 가사의 노래를 들었어도, 포도 12알을 한 입에 털어 넣기 실패했어도, 오늘 내가 깬 접시는 등짝스매싱만을 불러왔을지라도, 사실 전부 괜찮은 일이 될 테니까요. 😌 시끌벅적한 요 세상에서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양한 방식의 복 찾기가 있는걸요!

(1) 때문에 희망적인 가사가 가득 찬 우주소녀의 ‘이루리’는 새해마다 역주행하는 새로운 연금송으로 거듭났죠! 😮

책

돌돌익선? 마음익선! 😉

출처: yes24

관광객 여러분, 얼른 하차하세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 여긴 바로 소년 ‘페드리뉴’가 사는 마을! 책 <돌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에 나오는 곳이죠. 이 마을은 작지만 평화로워요.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놀이터와 달콤한 빵집은 물론, 멋진 영화가 매일 상영되는 극장까지 있답니다. 그런데 딱 하나. 주의할 것이 있어요. 🚨 바로 돌을 아무데나 버리거나, 발로 차선 안된다는 거예요.

이 마을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알록달록 귀여운 주머니를 쥐어줘요. 그 안에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부적도, 분유값 하라구 슬쩍 넣는 쌈짓돈도 아닌... 돌이 있어요. 🪨 걷다보면 발에 채이는 것이 돌이라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무언가랍니다. 태어나서 받은 그 돌을 애지중지하며 아이들은 자라나고, 돌을 보며 인생을 배운대요.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돌은 사람들의 곁에 꼭 붙어있어요. 이 마을 사람 중 돌이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죠. 심지어 자기 몸보다 훨씬 큰 돌을 들고 다니기도 해요. 페드리뉴의 할아버지는 돌을 들고 다니기 위해 당나귀까지 데리고 다녔대요. 🐴 다 큰 어른들도 돌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간단해요. ‘다들 들고 다니니까!’ 혹은, ‘복을 받을 테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돌 없이 다니는 이들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나는 왜 돌을 들고 다니는데도 복을 받지 못하지.’하고 속상해하기도 해요.

돌을 들고 다니는 페드리뉴. 그리고 네 마을에 사는 당신은 어떤가요? 우리는 복을 받기 위해서라면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하는 신기한 존재잖아요. 🧙 이상한 종이를 현관에 붙이라면 붙이고, 행운의 색이 검정이라면 괜히 세상의 모든 검정이 신경 쓰이죠. 어떤 때에는 돌을 들고 다니는 게 차라리 더 현명해보일 정도로, 온갖 일들을 벌이기도 해요. 우리는 돌 대신 무엇을 들고 다니고, 준비하며 살고 있을까요? 결국 중요한 건 복을 바라는 마음일 텐데... 그게 없다면 이 모든 것이 결국 무용한 것이 되지 않을까요.

어느 날 페드리뉴 역시, “왜 우리 마을 사람들은 굳이 무거운 돌을 들고 다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래서 마을의 현자 ‘페드로소’를 찾아가요. 책을 마저 읽어보면 현자가 그에게 주었을 답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해보여요. 돌의 크기나 부적의 영험함보다는, 나와 사랑하는 이들이 잘되는 그 마음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 말이에요. 💖

영화

'세계박복대회' 강력 우승 후보

오늘은 지지리 복도 없는 두 사람, 제리와 마이크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비카인드 리와인드>속 두 주인공인데요, 함께 그들의 박복 모먼트를 세어볼까요? 😉

출처 : FreeMoviePoster.net

이야기는 제리의 편집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발전소 때문에 자기 뇌가 녹고 있다는 생각에 발전소를 고장 내러 갔다가 감전되어요.(박복1) 🙁 이튿날, 제리는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인 마이크의 가게에 놀러 가는데요. 아뿔싸! 몸에 전류가 흐르는 제리 때문에 가게에 있던 모든 비디오 테이프들이 지워지고 맙니다.(박복2) 😕 절망스러운 순간, 손님이 찾아와 <고스트 버스터즈>를 찾게 되고, 사장에게 혼날 것을 두려워한 두 사람은 직접 해당 영화를 찍어 팔고자 결심합니다. 비디오 하나 대여하는데 뭐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냐는 손님들의 불평에 '스웨덴 수입 제품이라 그렇다'며 거짓말을 하는 두 사람. 둘의 '영화 만들어 팔기' 사업은 거짓말 수습으로 시작한 것 치고는 가게 밖까지 손님들의 줄이 이어지며 잘 되는 듯싶었는데요, 결국 저작권법 위반으로 가게 압류 및 철거, 제작물 전량 폐기 처분을 받게 됩니다.(박복3) 😕 어느 새 영화 제작에 진심이 되어버린(?) 두 사람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철거 당일, 그동안 자신들의 영화를 구매해준 단골들을 모아 마지막 영화 상영식을 열고자 했는데요. 그마저도 제리가 실수로 상영회에 쓰일 TV를 고장내며 무산됩니다.(박복4) 😵

어때요? '세계 박복 대회'가 있다면 우승자는 두 사람일 것 같죠? 그치만 이 영화는 뭔가 특이합니다. 박복한 인생을 수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처절하고 비참하게 그리고 있지 않거든요. 오히려 의아할 정도로 두 사람은 데미지를 입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

비결은 바로 두 사람을 둘러싼 '커뮤니티'에 있습니다. 두 사람의 박복 모먼트를 다시 살펴보죠. 가게 내 테이프들이 모두 지워진 절망적인 상황, 이 둘이 다시 힘낼 수 있었던 것은 둘의 고군분투를 꾸준히 응원해 준 단골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구매한 비디오가 원작이 아님에도 모른 척 해준 고객들은 때로는 구매로, 때로는 부족한 일손을 보태줄 깜짝 카메오 출연까지 해주며 둘을 응원했거든요. 철거 당일 예정되었던 신작 상영식 날, TV가 고장 났을 때 흔쾌히 빔 프로젝터를 빌려줬던 라이벌 DVD 대여점 사장님도 있었습니다. 영화를 매개로 마을 전체는 두 사람의 박복을 함께 나눠 감당하고 있었어요. 👥

급히 빌린 빔 프로젝터를 가게 창가에 쏘며 재개된 조악한 상영식. 철거반이 들이닥친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의 마지막 영화 상영이 끝나자 그동안 씩씩하게 상황을 이겨내던 두 사람도 끝을 직감한 듯 고개를 떨굽니다. 그때, 어디선가 박수갈채가 들립니다. 👏 어안이 벙벙해져 건물을 나온 두 사람은 그동안 자신의 영화를 구매해주고 응원해줬던 사람들, 심지어 철거반까지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 두 사람처럼 지지리 복도 없지 싶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절망 대신 희망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박복을 이겨내는 이야기는 비단 영화에서만 존재하지 않거든요. 우리 주변의 커뮤니티를 잠깐 복기해보면, 분명 박복을 함께 나눴던 사람들이 있던 것 같습니다. 올해가 박복할지 유복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지금, 우리에게 다가올 박복을 이겨낼 무기는 어떤 것이 있을지, 나는 어떤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살펴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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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냥 새해 복 많이 받는 걸로 🙆

다들 ‘복’ 많이 받고 싶으시죠? 유독 서로의 복을 기원해주는 때, 맞아요 바로 설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를 많이 하기도, 또 듣기도 하는데요. 여기서 신기한 이야기! 저만 신기하다면 미리 죄송합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이 무언가를 보고자 하는 욕망을 ‘시욕망’이라 부르고, 무언가를 듣고자 하는 욕망을 ‘기원욕망’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때 쓰이는 ‘기원(祈願)’이란 말이 복을 ‘기원하다’와 같은 의미래요. 그런 의미에서 새해 복도 기원하고, 여러분의 기원욕망도 불러일으킬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해 복’. 원래는 설날에 음반을 발매하려고 했는데, 작업이 늦어져서 2월 11일에 발표했다고 해요. 그렇게 새해 아닌 때, 새해 복을 기원하며 나온 곡을 올해 설날 전에 같이 한번 들어보도록 할게요.

🎧 장기하와 얼굴들 - 새해 복

곡의 시작에서는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 언니 오빠 동생 동창 원수 아군 적군 이 사람 저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너 나 모두를 소환합니다. 명절날 괜히 마음 넉넉해져서 연락 않던 사람들한테도 모조리 복 많이 받으라고 카톡 하는 거.. 공감하시죠? 😉 장기하 씨도 그랬나 봐요. 근데 그는 복 많이 받으라는 훈훈한 연락 대신, 새해 복만으로는 안된다고 냅다 소리를 칩니다.

새해 복만으로는 안돼 🙅

니가 잘 해야지 (안돼) 열심히 해야지 (안돼)

새해에 갑자기 혼난 느낌. 😳 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뮤직비디오에 무려 손글씨로 그 이유를 꾹꾹 눌러 담았어요. 그의 아주 성의 있는 잔소리. 열심히 살아도 될까 말까 한 게 인생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은 여러분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뒤쳐지고 있다고요. 🏃 그러니 새해 인사하면서 복타령하지말고 열심히 해라 잘해라를 반복하는데요, 그러더니 갑자기 애써도 소용없다며 그냥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합니다.

새해 복만으로도 돼 🙆

절대 잘 하지 마 (돼) 노력을 하지 마 (돼)

새해 복만으로는 안된다와 복 많이 받아라를 내내 반복하는 가사.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요? 🤷 글쎄요 … 의욕이 넘칠 때(특히 새해 😙)에는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느껴지는 변화가 없을 때에는 애쓰는 마음마저 상처가 되니까요. 뮤직비디오 화면에는 계속 글씨만 쓰다 끝나는 영상이니 당장 끄고선 다른 걸 하라고 뜨는데요, 무시하고 뚝심있게 보다보면 다른 무언가가 나옵니다. (궁금하신분들은 끝까지 시청해보시길 🤩) 그러니 우리 ‘새해복’ 뮤직비디오처럼,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는 일단 무시하고, 새해 인사를 따라 오고 간 복의 기운을 믿어봅시다. 나의 안녕을 기원해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당신께 다다른 DADA letter, 어땠나요? 🕊

이제 진짜_최종_끝_정말끝_새해가 밝았어요. ☀️ 작심삼일했던 새해 목표를 다시 달성해내기 전에, 일단 복부터 받고 시작합시다! 다다단이 구독자 여러분들께 복 듬뿍 나눠줄테니, 걱정 말고 올 한해 뚜벅뚜벅, 잘 걸어나가길 바라요. 그 곁에 늘 다다레터가 더 재미있는 문화예술 이야기로 함께할게요.

구독자 여러분들도 다다레터에게 새해 인사 전하고 싶다면, 피드백 통해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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