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9

당신에게 다다른 #8번째 레터

게으른 사람이 일을 더 잘 한다는 말이 있다. 품을 가장 덜 들이는 쪽으로 일하는 법을 찾아내기에.

그런데 게으르기 위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걸 '꾀부린다'고들 한다. 근성으로 버티며 힘들게 가는 길 만이 진정성 있는 길일까? 근성으로 버텨야만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버티는 것이 최적의 길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는 주저 없이 더 효율적인 길을 택할 거다. 하나만 붙잡고 있기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까.

앞으로도 꾀부릴 수 있을 때 적절히 꾀부리며 살 거다.

여러분은 스타벅스를 애용하시나요? ‘폐업률 0%’를 자랑할 만큼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곁에도 하루에 스타벅스를 두세번씩 가는 사람들이 꽤 있을 거예요. 그런데요 여러분..! 혹시 스타벅스 근처를 따라다니는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 인지하고 계셨나요? 그들은 왜 스타벅스를 따라다니는 걸까요? 🧐

먼저 스타벅스의 입점 조건에 대해 알아보죠. 스타벅스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항은 아직 없지만 많은 이들의 분석 끝에 대략적인 조건이 추려졌는데요,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역세권 대로변을 선호한다’, ‘고학력 사무 전문직 밀집지역을 선호한다’, ‘대학교, 대형마트 등이 이미 입주해 있거나 입주할 예정인 곳을 선호한다’. 사실 조건들을 이것저것 쓰긴 했지만 ‘애초에 될 만한 곳에 들어간다’는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거예요. 🏡

유동인구 분석과 소비패턴 기반의 철저한 사전조사 끝에 만들어 낸 필승전략. 그 덕에 스타벅스는 늘 호황이죠. 그리고 이런 스타벅스 뒤에서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이디야인데요, 이들의 전략은 ‘필승 전략을 가진 스타벅스 옆자리를 공략하자!’입니다. 🎯 '스타벅스의 깐깐한 위치선정' + '이디야 만의 차별점'으로 소비자를 흡수하는 것이지요. 낮은 가격대에 스타벅스 못지않은 좋은 품질로 커피를 내놓아 ‘테이크 아웃 중심 카페’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한 이디야는 스타벅스 매장 안에 자리가 없거나 줄 설 시간이 길어져 다른 매장을 찾는 소비자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어요. 그렇게 이디야는 2019년 2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커피전문점 브랜드 평판 조사 결과 1위인 스타벅스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죠. 🥇🥈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이 있죠. 꾀를 내어 남을 속이려다 도리어 자기가 그 꾀에 당하게 된다는 말인데요, 자기 꾀에 넘어갈 뻔했다가, 또 한 번 꾀를 부려 사형을 면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 판 메이헤런(Han van Meegeren, 1889~1947) ¹⁾. 네덜란드 고전 화가들의 스타일을 차용했던 그는 비평가들의 맹비난을 샀습니다. 위대한 미술가가 되고 싶었던 판 메이헤런은 평가에 분노하며 엄한 데다가 열정을 쏟았어요. 분노는 그의 힘 🔥 그의 비평가들 골탕먹이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여기서 그는 또 한 번 잔머리를 굴립니다. 그와 변호사들은 판매된 그림은 진품이 아닌 본인이 그린 위작임을 고백했어요. 매국노보다는 위작 작가 낙인을 택한 거죠. 그래서 판 메이헤런은 작품을 위조한 죄로 1년의 옥살이만 하게 됩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요, 작가만 꾀를 부린 게 아니었어요. 작품을 구입했던 나치의 2인자, 헤르만 괴링은 작품값을 지불할 때, 위조지폐를 사용했다고 해요. 가짜가 가짜를 만난 거죠. 😬 심지어 페르메이르는 「간음한 여인과 그리스도」라는 작품을 그린 적도 없어요. 페르메이르의 화풍을 응용해서 기획한 허구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속였던 것이죠. 한 작품에 얽히고설킨 잔머리와 술수들이 이렇게나 많다니요. 작품도, 그리고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에서도 도무지 진짜라고는 하나도 찾을 구석이 없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정말 언론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이 할 수 있는 거짓말은 무궁무진하고, 대중은 자극만을 좇으니까요. ²⁾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들을 있는 그대로 소비하는 사회가 당장 올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렵죠. 우선은... Blank Space처럼 연예인들이 내놓은 꾀를 더 많이 즐기면서도, 그들이 순수하게 재능을 펼치는 세상이 올 수 있는 꾀를 좀 생각해 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