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6 당신에게 다다른 #2번째 레터 🕳 틈새 틈새를 메꾸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그건 아마 지우개가루나 먼지처럼 일상 속의 아주 작은 일부일 수도, 혹은 생각과 감정처럼 커다랗게 느껴지는 추상적인 것일 수도 있겠죠. 어쨌든 틈새라는 것이 존재하면 그 안은 무엇으로든 채워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틈새란 어떻게든 채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하네요 😮 다다의 에디터들은 틈새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 에디터 단비 🐣 [ 음악 ] 틈새에 숨어있는 고스트 노트 👻 [ 영화 ] 필요하지만 역겨운 자아 찾기 🎭 [ 미술 ] 틈새 속 거친 아름다움 🕸 [ 트렌드 ・ 대중문화 ] 당신이 보는 관찰 예능은 편안한가요? 🙄 음악 틈새에 숨어있는 고스트 노트 👻 일정한 질서⁽¹⁾ 사이로 뭔가를 슬쩍 끼워 넣고 싶을 때, 음과 음 사이에 슬그머니 들어가 뉘앙스를 살려주는 고스트 노트 🎶 있는 듯 없는 듯 유령 같은 존재라서 고스트 노트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드라마틱한 역할을 한다기엔 어렵지만, 있는 듯 없는 듯이라는 수식어는 조금 서운할 정도로 이 녀석은 이곳저곳에서 곡의 맛을 확! 끌어올려요. 드럼의 그루브를 살려주기도 하고, 베이스나 기타 소리의 리듬을 살려주는 역할도 해냅니다(기특). 다들 의식하고 듣진 못했어도 많이들 들어봤을 것 같은데요, 이 녀석이 악보 위에선 어떻게 존재감을 드러내는지, 기보⁽²⁾하는 방식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작곡가가 정교하게 설계해 놓은 악보 속 오선보에 고스트 노트가 은근슬쩍 끼어드는 여러 방식들이 있는데요, 괄호를 치는 경우와 그리고 작게 표기하는 경우(몹귀탱) 등이 있습니다. 왼쪽의 경우는 멜로디 악기로 다른 음을 걸쳐서 연주할 때, 그리고 오른쪽은 멜로디 악기로 다른 음을 걸쳐서 연주할 때 입니다. 없는 틈을 만들려고 괄호를 치고, 또 조그맣게 축소시키는 모양새가 참 흥미로운데요 🤔 연주자가 곡에 좀 더 욕심을 내서 고스트 노트를 써먹었을 때, 곡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한번 들어볼까요? 🎵 Steely Dan - Gaucho 스틸리 댄은 재즈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도널드 페이건과 윌터 베커가 만나 탄생한 역사적인 재즈 팝 그룹입니다. 이들의 작업들은 ‘사운드적으로 완벽하다’는 평가가 항상 따르는데요, 특히 <Gaucho>의 후렴구는 가히 감동적입니다 🤤 괄호 안에 숨어있는 고스트 노트가 보이시나요? 👀 다양한 악기 소리들이 맞물리는 틈을 스네어⁽³⁾를 어루만지는 듯한 고스트 노트가 채워버리죠. 해당 곡의 드럼 연주자는 미국의 록 그룹 토토(Toto)의 멤버 제프 포카로인데요, 그의 특기가 고스트 노트를 멋지게 사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기보법부터 연주까지, 틈새를 파고드는 고스트 노트는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재미있어요. 아무래도 요런 틈새 공략이라면, 기꺼이 백번이고 굴복하고만 싶습니다 💯 (1) 일정한 질서 : ‘박자’라는 일정한 질서 틀 안에서 각각의 ‘박’이 연결되거나 분할돼서 ‘리듬’이 구성됨 (2) 기보 : musical notation, 음악을 가시적으로 표기하는 방법 (3) 스네어 : 드럼 키트에서, 킥 드럼과 함께 음악의 리듬 파트를 담당하는 작은 북 영화 필요하지만 역겨운 자아 찾기 🎭 인생은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 안에서 때로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하죠. 타인이 하는 말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거나, 타인의 모습을 따라 하며 자아를 만들어가는 식으로요. 서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을 발견하려는 우리. 그러나 자연스럽다 느끼는 이 과정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가 있어요. 🎬 (이미지 출처 : primevideo) 꼭두각시 인형 예술가인 슈와츠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레스터 기업’의 구인광고를 보게 돼요. 손을 잽싸게 놀려 서류 정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단 문구에 자신이 적임자라 생각한 그는 바로 일을 시작합니다. 7과 1/2층(7층과 8층 사이)에 위치한 특이한 사무실, 서류를 정리하던 슈와츠는 우연히 건물 벽에 나 있는 작은 문을 발견합니다. 문 너머 보이는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로 홀린 듯 들어간 슈와츠는 이내 이 통로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이 통로는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였어요.(경악) 🧠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의 뇌 속에 머물 수 있고, 그의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슈와츠는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 7층과 8층 사이 틈, 건물 벽 사이 틈, 누군가의 영혼 틈. 이 영화엔 다양한 틈이 나옵니다. 이야기는 모든 인물들이 틈 사이에 기생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매우 불쾌하게 묘사합니다. 인간의 내장기관을 닮은 통로를 지나 타인의 영혼에 일시적으로 기생하고 나면 오물을 뒤집어쓴 채 쓰레기장으로 배출되기 때문이죠. 심지어 기생을 통해 자아를 찾은 누군가와 스스로의 힘으로 자아를 찾으려다 실패한 누군가를 병치하여 이 불쾌한 과정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꼬집기까지 합니다.(이마탁) 이야기의 말미, 영화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누군가에게 기생하는 일이 불가피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자아를 찾는 것에 목표점이 있을 때 구원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 다운 게 뭔데!”
나 다움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타인에 기생해야 하는 걸까요. 타인에게 기생한 우리는 우리 다울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은 얼마나 지독하고 끔찍할까요. 그런 우리의 끝은 슈와츠일까요? 미술 틈새 속 거친 아름다움 🕸 '잘 그린 그림'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 조화로운 색채, 황금 비율, 철저한 원근법? 전통적인 미술계는 그렇게 보기 좋은 작품만을 예찬하고 미술사에 포함시켜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지키지 않아야만 인정받는 장르가 있다면요? 여기 단순하고 강렬한 색조와 반복되는 형태, 전례 없는 구성으로 가득 채워진 캔버스들이 있습니다. 1945년 프랑스 화가 '장 뒤비페'가 확립한 '아르 브뤼'(Art Brut)의 이야기예요. 장 뒤비페, 「루조 레스토랑 1」 (이미지 출처 : wikiart) '브뤼 Brut.' 불어로 '원시적인', '가공하지 않은'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아르 브뤼'는 다듬지 않은 거친 형태의 미술을 뜻하며, '원생 미술'과 'Outsider Art'로도 알려져 있어요. 여기서는 원칙이나 유행 대신, 오직 본능과 무의식만이 재료와 영감이 돼요. 누구나 정상이라고 여기는 것은 과감히 배제되고, 소외받던 틈새 속 아름다움이 조명받습니다. 그래서 이 미술은 정신질환자나 아마추어, 어린이 등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혹은 못한 이들에 의해서만 행해질 수 있어요. 즉, 아카데미를 졸업했거나 상을 받은 엘리트들은 📚 절대 참여할 수 없는 거죠. "이것도 예술이야!"라는 외침 아래에서 전개된 아르 브뤼는 탈관습과 충동적 창작, 원초적 감성을 화폭 위로 데려왔다는 평가를 받아요. 아르 브뤼는 이후 현대 미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기존 가치체계의 파괴가 모토인 다다 운동 😜 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답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아르 브뤼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광주 광역시의 틈새미술관이 특히 여성 정신 장애인 화가들의 아르브뤼 그림을 전시하며,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요. 👩🏻🎨 미술관의 이름에는 "정상인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이 시대에도 진정한 행복을 꿈꾸며, 누군가가 눈여겨 봐줄 틈새에 우리들의 꿈을 펼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대요. '다름'을 포용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예술은 지루할 수밖에 없어요. 다채로운 미술의 세계가 펼쳐지려면, 다양한 아름다움이 꼭 필요하거든요. 뒤비페 역시, "진정한 예술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진부한 관습과 표준의 틈 사이에 존재하는 참된 아름다움을 일찍이 알아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뒤비페가 제시했던 아르 브뤼는 당시의 고리타분한 미의 본질을 다시 정의했고, 지금의 예술에도 큰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 트렌드 ・ 대중문화 당신이 보는 관찰 예능은 편안한가요? 🙄 여러분은 어떤 예능을 즐겨보시나요? 💁 짜여진 코너와 세밀한 기획 등 다채로운 포맷으로 대표되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는 지나간 듯합니다. 요즘의 우리는 일면식 없는 대상의 일상 속 틈새를 파고드는 예능을 더욱 자주 접하곤 하죠. 최근 성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많고도 많지만, 하나의 갈래로 정리해보자면 관찰 예능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관찰 예능도 리얼 버라이어티에 속한다는 관점이 존재해요. 🤔 리얼 버라이어티는 실제 상황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식들이 얽혀있다는 말인데요. 관찰 예능에서도 관찰은 하나의 요소로써 작용할 뿐, 스튜디오 내 패널들의 대화나 나레이션 등 다른 형식들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비롯된 관점이랍니다. 앞서 관찰 예능이 일상 속의 틈새를 파고든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바로 이 지점으로 인해서 관찰 예능이 등장했을 때부터 끊임없이 거론된 이슈가 있죠. 바로 관음 문화, 즉 엿보기를 합리화한다는 점입니다. 미디어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익숙해지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무뎌질 수 있다는 위험성 말이에요. 관찰 예능의 포맷이 성행하자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라야 한다는 위기감에 더 내밀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예능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대리만족을 넘어 현타를 느끼기도 하는 등, 즐겁기 위해 보는 예능에서 되려 피로감을 얻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하지만 흥미롭게도 최근 ‘힐링 프로!’라며 큰 관심을 받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관찰 예능과 동일한 포맷에 단지 스토리텔링의 방식만 달리한 것들이 많아요. 이전에는 관찰이라는 키워드만이 신선함으로 작용했다면, 이제는 패널과 게스트의 매력적인 포인트를 찾아 캐릭터성에 주목하게 된 거예요. 각 인물의 개성에 주목하기 때문에 단순히 포맷을 달리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성이 확보되기도 하고요. (이미지 출처 : tvN) 예능이란 웃자고 만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왜 불편한 감정이 드는지’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을 수반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희석되고 희화화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감정의 틈새를 가만히 들여다볼 때, 우리는 보다 본래 목적에 가까운 편안한 예능을 접하게 되지 않을까요? 관찰 예능 속 불편함과 힐링의 틈새는 얕은 듯 하지만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 오늘 당신께 다다른 DADA letter, 어땠나요? 다다레터는 당신의 피드백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
하나의 키워드를 주제로 음악/영화/대중문화/트렌드 등 문화의 넓은 범주를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