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0 당신에게 다다른 #3번째 레터 😏 이상한데? 당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그 전에, 이상하다는 건 무엇인가? 이상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다. 이ː상-하다, 異常- 형용사
비범하고 익숙지 않은 것. 그렇기에 어딘가 수상하기까지 한 것들.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 우리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소개한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 지정 🎱 [ 트렌드 ・ 대중문화 ] 아방가르드를 좋아하기로 했다 🥑 [ 영화 ] 요상하게 신이 나는 Dr. 프랭크의 성 🏰 [ 음악 ] 낯설어도, 낯서니까 흥얼흥얼 🎤 [ 미술 ] 꿈꾸면 안될 이상한 천국 😇 트렌드 ・ 대중문화 아방가르드를 좋아하기로 했다 🥑 (이미지 출처 : 누데이크) 1일 (🌤)
난 키치한 것을 사랑한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부터 쭉.
그러나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키치한 것이 메스컴에 오르내리자 흥미가 사라졌다. 2일 (🌤)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던 중, 기묘한 카페를 발견했다. 조각 작품 같은 모양새의 케익들은 전시장의 작품들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이상하다. 뭐 저렇게 생긴 게 다 있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다시 보니 아방가르드 한 것 같기도 하다.
난 아방가르드한 것을 사랑한다. 누데이크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쭉.
내일 난 누데이크를 가볼 것이다. 3일 (☁)
내가 가진 옷 중 가장 난해한 것을 골라 입었다. 평소라면 내려놓았을 옷이지만 오늘만큼은 그래도 될 것만 같다. 거울을 본다. 역시 좀 난해한가 싶어 적당히 난해한 옷으로 고른다.
오픈 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압구정 로데오 역에 내려 꼬박 10분을 더 걸어간다. 하우스도산에 도착할 무렵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게 앞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직 오픈 시간도 안됐는데 사람들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릴 기세로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었다.
기다림이 한 시간 반이 넘어가자 나도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누데이크 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이 5,000개가 넘는다.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난해하다고 생각했던 이 옷조차 그 속에선 평범하다. 그냥 더 난해한 거 입고 올걸… 누데이크 앞 (❔)
곧 매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뒤를 돌아보니 처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있다. 이상하다. 분명 아방가르드인데. 아직 유행하기 전인데...
나는 누데이크에 들어가야 하는 걸까? 말아야 하는 걸까? A씨의 일기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고급 문화의 틀을 깨는 키치와 이런 흐름마저 저항하듯 완벽한 엘리트 문화를 표방하는 아방가르드. 요즘 트렌드를 대표하는 두 갈래라 해도 무방한데요. ‘이상한 것’을 찾아 헤매는 우리는 가끔 그것이 가진 색 보다 이 둘이 가진 희소성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근데 또 우리 중 진짜 이상한 것에 도전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기도 하구요. 🤔 확실히 보장된 ‘소수취향’을 원하는 다수. 어쩌면 우리 모두는 소수의 취향귀족이 되고 싶은 게 아닐까요? 영화 요상하게 신이 나는 Dr. 프랭크의 성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를 보고 깜짝 놀라신 분께서는 손을 들어주세요 🙋 그리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함께 나눠주신다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피드백 버튼을 클릭 ... 사심 가득 😏) 「록키 호러 픽쳐 쇼」를 처음 본 뒤 저는 한 동안 충격의 도가니 속에 있었답니다. 뭐야 … 이상해 … 하고 생각했다가, ‘이상하다’는 단어에 대해 따져보게 되었어요 🤔 이상하다는 말은 흔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물씬 풍기는 듯 여겨지곤 하지만 넓게 확장해보면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는 꽤나 중립적인 뜻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람마다 느끼는 이상함은 상대적이라는 것, 이 역시 이상하다는 말에 내포된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And crawling on the planet's face Some insects, called the human race... Lost in time, and lost in space, And meaning. 지구 위를 기어 다니는 인류란 이름의 벌레들... 시간과 공간을 떠돌며 방황합니다. 의미조차 잃어버린 채로." - 「록키 호러 픽쳐 쇼」 마지막 대사 중에서 다시 영화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이상하다'는 단어도, 장르도, 모든 의미를 해체시키는 영화. 의미가 없어도 된다는 점이 곧 크나큰 의미가 되는 영화. 단 한 장의 이미지만으로도 벌써부터 이전까지의 경험과 다른 기괴함의 연속일 것이라 예상되는(앞서 말했듯이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요 🙄) 이 영화를 용기 내어 보기로 결심하신 분께 미리 경고의 메시지를 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바로 ... <이 영화를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록키 호러 픽쳐 쇼」의 매력은 순수히 감각에 의존할 때, 다시 말해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멈추고 생소한 감각이 가져다주는 파격성에 주목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그랬듯) 이상한데? 싶다가도, 그 생경함까지 재미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 에너지에 들썩이게 될지도 모르고요. 우리는 그저 의미조차 잃어버린 채로, 시간과 공간을 떠도는 잠깐의 한 때를 즐기면 된답니다. 음악 낯설어도, 낯서니까 흥얼흥얼 🎤 조금 뻔한 소리를 해볼까 합니다. 기술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우리는 평생 갈 수 없었을 곳의 풍경을 구경하고,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 같아요. (다다 포함 💌)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말들을 듣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에는 7천 개가 넘는 언어들이 있다는데, 우리는 그중 몇 개의 언어를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 우리에게 친숙한 케이팝, 팝송, 제이팝, 만다린 팝‥을 넘어선, 정말 이상하고 낯선 노래들은 전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 Dose, Dequine - Ветер 알 듯 말 듯한 글자들의 모양새에 놀랐을지도 모르겠어요. 제목은 러시아어로 '바람'이라는 뜻이고, [비에떼르]라고 읽으면 돼요. 하지만 러시아의 노래는 아닙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는 가수 Dose의 노래예요. 🇰🇿 Dose는 27살의 가수로, 활발하게 솔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애플 뮤직의 라이징 아티스트에도 선정되어 "혼자 남겨지고 나서 비로소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라는 멋진 말을 남겼죠. 생소한 언어이지만, 젊은 예술가가 가진 패기와 곡의 힙한 분위기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잘 전해지는 듯 합니다. 🎧 พื่อนเล่น ไม่เล่นเพื่อน (Just Being Friendly) - Tilly Birds Feat. MILLI 한참 전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페스티벌에 갔을 때를 회상해봅니다. 잘 모르는 노래와 가수더라도, 노래만 좋다면 쉽게 몸을 흔들고 웅얼웅얼 후렴구를 따라 부르곤 했었잖아요. Tilly Birds의 노래에도 그런 힘이 있어요. 적당히 빠른 템포와 고조되는 곡 구성은 해 질 녘의 야외 공연이 자연스레 생각나요. 노래에는 사랑이 주는 무한한 힘이 듬뿍 담겨있고, 뮤직비디오에서는 연인이 될랑말랑 하는 간지러움이 잘 느껴지는 것 같아요. 💘 언젠가 한국의 페스티벌에 올 Tilly Birds를 기대해도 될까요? "음악은 만국 공통어다." 이 말도 참 뻔하네요. 😅 하지만 이 말만큼 우리를 잘 설명하는 말은 없을 겁니다. '이상하네?' 싶을 만큼 낯선 언어들의 노래에도 열광하고, 공감하고 있는 우리. 언어의 장벽은 굳이 넘어서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상할 만큼 서먹한 언어가 주는 새로운 호기심과 재미가 있으니까요. 미술 꿈꾸면 안될 이상한 천국 😇 천국이 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강렬히 원하는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 천국으로 그려질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는 천국을 머릿속으로만 상상해보곤 하죠. 💭 하지만 그 상상 속 이미지들을 재현하기도 하는 예술가들은 현실세계에서는 마주할 수 없는 풍경을 세상에 보여줍니다. 16세기 플랑드르⁽¹⁾를 대표하는 화가 피터 브뢰겔(Pieter Brueghel de Oude, 1525~1569)도 중세 유럽인들이 꿈꿨던 이상향을 캔버스에 그려냈어요. 피터 브뢰겔, 「게으름뱅이의 천국」 (이미지 출처 : google arts) 각자가 상상하는 이상향의 모습은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천국의 모습이라고 하면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풍경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 , 브뢰겔이 그린 천국은 「게으름뱅이의 천국(The Land of Cockaigne)」이에요. 종교나 신화 대신 우화 같은 일상을 주로 그렸던 브뢰겔은 조금 낯설고 이상한 천국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굶주리고 힘든 노동에 지쳤던 중세 유럽인들이 꿈꿨던 천국이 바로 코카인(Cockaigne)이에요. 캔버스를 자세히 들여보면 허리에 칼을 찬 돼지와 구워진 거위가 접시 위에 놓인 채 사람들에게 먹히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집 울타리는 소시지로 이뤄졌고, 지붕에는 빵이 널렸으며, 뒤편에서는 우유가 강처럼 흐릅니다. 작품 중앙에는 당시 사회계층을 대표하는 농민, 군인, 그리고 학자가 게으르게 누워있어요.
천국 치고는 분위기가 스산하죠? 😨 천국에 누워있는 사람들의 눈빛도 어딘가 공허해요. 그 이유는 브뢰겔의 의도와 맞닿아 있는데요, 「게으름뱅이의 천국(The Land of Cockaigne)」 은 단순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파라다이스를 꿈꾸면서 그린 그림이 아니에요. 교훈적인 속담을 즐겨 그렸던 브뢰겔은 사람들이 코카인과 같은 태만한 이상향을 욕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그림을 그렸어요. 게으름과 나태를 죄악시하던 당시에는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먹을 걱정이 없는 환상의 나라는 꿈꿔선 안 되는 이상한 천국이었습니다. (1) 플랑드르 : 15세기 이후에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 지역의 화가들을 통칭하는 표현이에요. 오늘 당신께 다다른 DADA letter, 어땠나요? 다다레터는 당신의 피드백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
하나의 키워드를 주제로 음악/영화/대중문화/트렌드 등 문화의 넓은 범주를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