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다다로 매듭 짓기

당신에게 다다른 #18번째 다다레터 : 매듭

2021. 12. 29.

💌 2021년 다다로 매듭 짓기

2021/12/30

당신에게 다다른 #18번째 레터

🥨 매듭

올 한해, 잘 매듭 지었다는 사람, 손! 👋 난 끊어내야 할 매듭으로 가득했다는 사람도, 손! 👋 번쩍 든 손으로, 우리 서로를 그냥 잠깐 안아줄까요? 누가 서로를 끈으로 매듭지어놓은 듯, 꼬옥 안아줘요. 연말이잖아요! 365일이라는 거대한 시간을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얄밉고도 반가운 그 소식을 새삼스레 되새겨야 하는 시간이니까!

- 엘리 ☂️

[ 영화 ] 이걸.. 묶어... 풀어....🤦

[ 미술 ] 뜨고.. 또 뜨고.. 🧶

[ 음악 ] 마음까지 꽁꽁 단디 💪

[ 트렌드 ・ 대중문화 ] 밧줄로 먹먹문 쓰기 ✏️

영화

이걸.. 묶어... 풀어...

사전에 따르면, 매듭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어떤 일에서 순조롭지 못하게 맺히거나 막힌 부분.
일의 순서에 따른 결말.

이렇게 두 가지 의미를 나란히 놓고 보면, 조금 모순적이기도 한 것 같아요. 순조롭지 못하게 막힌 부분이기도 하면서, 순서에 따라서 맞이하는 결말이라는 점이 말이죠. 어쨌든 때에 따라서 우리는 매듭을 풀고 싶어 하기도 하고, 매듭을 짓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볼 때는 어떤가요? 영화를 보는 우리는 영화를 해석하고 싶어 합니다. 🤓 감독이 지은 매듭들을 우리는 풀고 싶어 하죠. 그렇다면 영화란 곧 결국 매듭을 짓고, 매듭을 푸는 과정이 아닐까요? 감독은 매듭을 짓고, 관객은 그 매듭들을 따라가며 멈추기도 하고, 그걸 따라가며 결말을 상상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도대체가 매듭을 풀 수가 없는.. ‘이게 뭐지..🤷’ 싶은 영화도 있습니다. 사실 그런 영화.. 되게 많지만 … 오늘은 레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를 소개할게요. 주인공은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며 무려 아홉 명의 인물들을 연기합니다. 그리고 아홉 개의 매듭 사이에는 삶과 죽음, 미와 추, 사랑과 미움과 같은 것들이 사이사이에 얽혀있어요.

출처: 핀터레스트

영화의 주인공 오스카(드니 라방)는 그의 비서 셀린(에디뜨 스콥)과 고급 리무진, 홀리 모터스를 타고 파리 곳곳을 누벼요. 그리고 리무진이 멈출때마다 오스카는 전혀 다른 아홉 명의 인물들로 변신합니다. 유능한 사업가, 가정적인 아버지에서 광대, 걸인, 암살자, 광인까지.. 감독의 매듭들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우린 그 어떤 매듭도 섣불리 풀어내지 못해요. 거듭되는 변신에 관객들은 어떤 모습이 진짜 주인공의 모습인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고 말거든요. 리무진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어디인지, 영화의 시작과 끝조차도 헷갈리면서 점점 우리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렇게 홀리모터스는 9개의 매듭을 매단 채, 115분의 러닝타임을 질주합니다. 🚗 엔딩크레딧은 올라가고 영화는 끝나지만, 우리는 우리의 감상을 차마 매듭짓지 못해요.

“사는 것도 사는 척하는 것도 모두 삶의 일부이기에

이것들이 뒤섞이는 과정은 관객에게 혼란보다는 차라리 황홀함을 안긴다.”

- 송경원, '영화에 대한 자기 반영적 결과물 <홀리모터스>'

레오카락스가 묶은 매듭, 풀어내려 고민할 수도 있겠지만... 풀어보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해석이에요. 송경원 평론가의 말처럼, 어쩌면 뭉친 매듭들이야말로 관객에게 황홀경을 가져다주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어떤 영화는 매듭을 푸는 데에 의미가 있다면, 어떤 영화는 뭉친 매듭을 바라보기만 해도 괜찮은 그런 영화가 있겠죠, 진실과 거짓, 심지어는 시작과 끝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 그런 영화.

우리 삶도 그렇지 않나요? 때로는 매듭을 풀어내는 때가 있다면, 어떤 한편은 매듭을 묶어내는 데에 있으니까요. 이맘때쯤 되면 모두들 한 해를 정리해보곤 하는데요, 여러분의 2021년은 어떠셨을까 궁금합니다. 아직 매듭을 묶지도, 풀지도 못하셨어도, 그마저도 충분한 2021년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미술

뜨고.. 또 뜨고.. 🧶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불확실한 상황이 주는 불안함이 지겨워 지극히 육체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을 찾을 때요. 운동에 열과 성을 다 해보거나, 숫자에 맞춰 색을 칠해보거나, 가끔은 지구를 두를 수 있을 정도로 긴 목도리를 뜨기도 하죠. 불투명한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쉽고’, ’반복적이며’, ’시간을 쓴 만큼 성과가 나오고’, ‘변수가 적은’ 일만큼 위로되는 일이 없기 때문일 거예요. 😥

출처: 이광호 작가 홈페이지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도 이런 우리와 너무 닮아 있습니다. 이광호 작가의 <obsession series>이에요. 언뜻 보면 평범한 스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공업 용품을 엮어 놓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전선, 플라스틱, 스티로폼, PVC, 금속 등 일상에 익숙하게 노출되어 있지만 낯선 개념의 소재들을 촘촘하게 묶어 거대한 매듭으로 만든 것이죠. 🎀 익숙하기도 하고 생경하기도 한 이 재료들은 모두 같은 방법으로 엮어냈지만, 그 결과는 제각기 다 달라요. 어떤 건 스툴이 되어 있기도, 어떤 건 조명이 되어 있기도 하죠. 관람객들은 반복적이지만 창의적인 그의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작가의 시간과 끈기를 구경해요.

이광호 작가의 작업물만 매듭의 형태를 띠는 건 아니에요. 그의 작업 세계도 단단한 매듭의 형태로 가족들과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 뿌리는 조부모님과 살았던 유년시절에 있어요. 그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익숙한 재료들을 알뜰살뜰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하시던 모습을 쭉 지켜보며 자랐습니다. 그때부터 작가의 눈엔 평범한 재료들도 변화무쌍함을 잔뜩 품은 가능성으로 보였을 거예요. 뿐만 아니에요. 이광호 작가의 주특기인 ‘짜기 기법’도 평소 뜨개질을 즐겨하시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사용하기 시작한 방법으로, 그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이덴티티가 되었어요. 🧶

다시 ‘반복적 육체노동’ 이야기로 돌아와 보죠. 우린 왜 마음이 복잡할수록 이것에 이끌리는 걸까요? 어쩌면 우린 우리의 성실함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서일지도 몰라요.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지만, 우리는 그래도 꽤 열심을 다해 살았거든요. 🥺 그리고 이런 작업들은 비단 동시대의 우리에게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에요.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매듭장¹⁾들은 열심히 매듭으로 모양을 만들어내고요, 로마시대 사람들도 열심히 베틀을 짜며 수를 놓았어요. 이광호 작가의 작품 또한 앞선 선배들의 작업물의 뒤를 이어요. 시간을 쏟는 만큼 차곡차곡 쌓이는 성실함의 결과물이자 폭넓은 가능성을 가장 잘 나타내죠. 엮는 과정은 길고 지루할지 모르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공간을 아름답게 채웁니다. 이런 그의 작품은 올해를 매듭짓는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의 위로를,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져다 줄 거예요. ✨

1) 매듭장: 실이나 노끈 등을 다양하게 맺거나 술을 다는 정통 매듭 기술 장인들을 말해요.

이광호 작가의 작품 더 보러가기 👁

음악

마음까지 꽁꽁 단디 💪

배달음식이 든 비닐봉지의 매듭, 얼기설기 헝클어진 이어폰 줄(요즘도 줄 이어폰 쓰시나요? 저는 쓰는데요… 😚) 당최 풀리지 않는 털실 타래 등을 떠올려 보세요. 당장이라도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내고 싶어지죠. ✂️ 이렇게 꽁꽁 묶인 매듭이란, 무릇 우리를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여러분께 이야기하고 싶은 노래들은 각자 다른 무엇이 서로를 꼭 붙잡고 있는 매듭 같아서, 오히려 단단함을 느끼게 한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의도치 않게 꼬여 꽉 묶인 것처럼 요상하게 연결되어 있는 노래, 처음과 끝이 묶인 것처럼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노래. 그렇지만 우리 살아가는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모아줄 노래들을 소개할게요. 😤

🎧 윤종신 - 넌 완성이었어/치과에서

출처 : 예스24

<월간 윤종신>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윤종신이야말로 자가 복제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벌써 눈치채셨을지도 몰라요. 😏 아니지, 꼭 윤종신의 노래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요! 그의 든든한 연금곡 ‘좋니’와, 그에 대한 답가인 ‘좋아’만 생각해봐도 말이에요. 이렇게 윤종신은 그가 이전에 발매했던 음원을 다른 버전으로 편곡하거나, 개사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어요.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세트처럼 묶이는 그의 노래들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인데요. <2010 월간 윤종신 6월호>에 수록된 ‘넌 완성이었어’와 ‘치과에서’를 연달아 들어보세요. 두 노래 모두 언젠가를 회상하고 있지만 감정의 결은 전혀 다르죠.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감정들이 같은 멜로디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어쩐지 두 감정은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담담함이 느껴져요. 넘실거리는 벅찬 마음도, 어딘가 뻥 뚫린 듯한 허전함도, 사실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죠. 돌아보면 어느새 잊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찰나의 것일 수도 있을 테고요. ✨

🎧 제8극장 - 양화대교

이 노래는 무한으로 반복할 수 있어요. 노래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양~ 화~ 대~ 교~’하는 후렴이 계속 계속 이어지거든요. 차분하고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후렴구… 그리고는 대망의 1절이 등장합니다. ‘강 건너 행사 마치고 기분 잡쳤네’ 감미로운 목소리 뒤에 숨겨져 있던 무거운 감정이 불쑥 나타납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 그래도 우리의 화자는 양화대교를 계속 건너가고 있습니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 여러분은 한강공원을 지나고, 야경이 비쳐 색색으로 반짝거리는 물살을 지나고, 거기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지나고, 파란색 갈색 이정표들을 지나칠 거예요. 주변 풍경에 눈을 돌리다 보니 노래는 어느새 끝이 나고, 기분을 잡치게 만들었던 일까지 잠시나마 잊혀졌을지도 모르죠. 우리는 매일 쉽게 기분이 상하고, 쉽게 흔들리며 살아가요. 그럴 때마다 처음과 끝이 매듭지어진 것처럼 끝나지 않는, 그래서 잠시 시간을 잊게 만드는 이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어딘가를 지나치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도 단단히 매듭지어보자고요. 👊

트렌드 ・ 문화

밧줄로 먹먹문 쓰기 ✏️

문자 없이 문명은 발전하기 어려워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유용한 정보, 오랫동안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어딘가에는 적어둬야 전달할 수 있고, 다음 세대가 그걸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세종대왕은 한글을, 페니키아인은 알파벳을, 이집트인은 신성 문자를 만들었죠. 그렇다면 잉카 문명은 어땠을까요? ⛰ 마추픽추를 남기고, 한때 아메리카의 가장 거대한 제국을 세웠던 바로 그 문명 말이에요. 그들은 안데스 산맥이라는 높고 험준한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무거운 돌이나 나무보다는 가벼운 밧줄로 문자를 만들었어요. 밧줄로 문자라... 🧐 여러분은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려나요. 한편 잉카 사람들은 밧줄로 매듭을 지어서 말을 전하고, 기록하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키푸 문자랍니다!

라르코 박물관에 전시된 키푸 (출처 : 위키피디아)

와우... 이 글은 분명 엄청나게 길고 복잡한 말을 키푸 문자로 써둔 것 같네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안타깝게도 아무도 키푸 문자를 해석하지 못해요. 땅을 개척하러 온 스페인 사람들이, 키푸 문자는 악마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전부 불태워버렸거든요. 👿 남은 키푸를 갖고,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이어왔지만, 지금까지도 그 뜻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대충 알아낸 건... 매듭이 3번 연달아 묶여있으면 3을 뜻하고, 매듭을 묶는 모습이나 종류에 따라서 나눌 수 있다는 정도? 그래서 이게 러브레터인지, 상소문인지 구분하기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해요.

잉카인들은 가나다라 대신 밧줄로 매듭을 묶는 방법을 먼저 배웠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가장 처음 배운 매듭 묶기는 운동화 끈일텐데 말이에요. 👟 하지만 잉카인들도, 우리도 똑같이 묶었을 매듭이 하나 있답니다. 바로 탯줄! 시대와 상관없이, 갓 태어났다면 탯줄의 매듭이 묶여져야 그제야 인간이 되는 거니까요. 그만큼 매듭은 작은 인간에게도, 커다란 인류에게도 참 중요하고 기특한 존재예요. 무려 8만 2000년 전의 인간도 수고스레 매듭을 묶었어요. 겨우 조개를 엮으려고요! 🐚 모로코의 한 동굴에서 사이좋게 구멍이 뚫린 조개 껍데기가 발견됐는데, 인간은 그 구멍 사이로 무언가를 끼우고, 매듭을 묶었으리라 추측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첫번째 매듭이었고, 그때를 시작으로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엮고, 묶고, 만들고... 심지어 기록하는 데에도 매듭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매듭은 우리 삶의 머나먼 출발점에서부터 함께한 거예요. 🏁

키푸 문자 외에도, 지금 우리 삶에는 엄청나게 많은 매듭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결자해지¹⁾, 고르디오스의 매듭²⁾, 생존 필수 매듭 배우기 등등... 😅 매듭이 없었다면 인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요? 일단 예쁜 조개 목걸이도 없었을 테고, 잉카 사람들은 다른 문자를 개발하느라 힘을 깨나 썼겠고, 어부들은 그물도 못 썼겠죠. 또, 이제는 무언가를 끝내야 할 때 “이제 그만 매듭을 지어야 할 때야.” 대신 뭐라고 말했을지... 상상이 잘 안 가요. 어쩌면 매듭은 우리 인류의 시작은 물론, 끝까지 함께 할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지금 인류의 끝이 어떨진 모르지만, 우선 잉카인들의 삶에는 항상 매듭이 함께했을 듯 해요. ‘오늘 소중한 한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록부터, ‘여기 현명한 이가 잠든다.’는 묘비문까지, 전부 매듭으로 적혔을 테니까요.

1) 결자해지 : 매듭을 묶은 자, 즉 사고를 친 사람이 수습도 해야 한다.
2) 고르디오스의 매듭 : ‘대담한 용기를 발휘해야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을 전하는 일화.

오늘 당신께 다다른 DADA letter, 어땠나요? 🕊

겨울방학이 끝나고, 다다레터가 여러분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 정말 보고 싶었어요. 이제 더 친하게 지내봐요. 다다의 방학동안, 각자 뭘 했는지 얘기해볼까요? 우선 다다는... 잠시 미뤄둔 피드백의 피드백을 적어뒀고요, '매듭'이라는 열여덟번째 키워드의 레터도 열심히 작성했어요. 여러분은요? 얼른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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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단비🐣 유젠🖇 엥믜🙊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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