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짧게 소개드렸던 두산아트센터의 ‘댄스네이션’ 공연, 기억나실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나이, 세대, 시대’에 대한 작업들이 모인 올해의 두산인문극장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 연극 <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이하 왼손)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40일간 이어진 화재로 전 세계가 불타고 있는 미래의 지구에선 생존을 위해 여덟 대의 배가 바다로 출항합니다. 🔥 인류세 ¹⁾의 위기상황 속에서 인류, 그리고 함께 공존했던 식물을 비롯한 비인간 개체들 앞엔 어떤 선택지가 놓일까요? 불타는 지구는 그저 극에서만 가능한 상상이 아닙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었고, 인류세와 생물학적 전멸이라는 용어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자 실체가 되었으니까요. 🌏

연극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수천 년이 단 몇 분으로 압축되기도 하며, 순식간에 공간이 바뀌어도 어색하지 않죠. 그리고 이러한 극적 허용이 매끄러울 때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다다팀이 연습에 참관한 연극 <왼손>도 그런 작품이었어요.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공간이 압축되어 한 데 존재하니, 겪어본 적 없는 일들이 온몸을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왼손>에는 식물이나 로봇 등 여러 비인간 존재가 등장하는데요. 처음에는 에이프릴이나 메이와 같이 인간의 입장에서 내용을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다른 존재에 눈길이 가고, 그들이 인격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다 끝에 이르러서는 생물 존재 모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 <왼손>은 이렇게 확장된 시야를 토대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대단치 않은 존재인지를 일깨웁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궁리하는 건 인간뿐만이 아니며, 우리 인류는 시간의 비밀을 아직 풀지 못했다면서 말이에요.

한편 연습 현장에 깃든 분위기는 왠지 신비로웠어요. 실제 공연과 다름없이 진행되는 런스루 ¹⁾였던 만큼,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무대감독의 콜을 시작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배우 간의 앙상블, 사운드와의 합, 긴 러닝타임에도 집중력과 웃음을 잃지 않는 스태프들까지.. 🤝 한 작품이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 만들어지는 그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짜릿한 기분이었어요. 참관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다다팀은 홀린듯이 티켓 예매를 마쳤다는 후문입니다.

먼저 공연을 관람하고 온 다다팀이 드리는 관람 포인트 ✅

지난 주, 연극 <왼손>의 런스루에 저희 다다팀이 참관하고 왔어요. 공연을 관람할 다다단에게 미리 알아두면 좋을 포인트를 공유하고자 해요!

1. 동작마다 사운드를 입힌 마임 막간극 🎭
   지구의 진화 과정을 몸으로 표현한 막간극!
   음악감독 카입이 배우들의 동작, 대사 한 마디마다 어울리는 사운드를 입혔어요.
   움직임, 내레이션, 음악 간의 시너지를 느껴보세요.
   
   
2. 비인간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몸 🤖
   극에는 여러 비인간들이 등장해요.
   로봇, AI, 캐릭터 등 다양한 존재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표현에 주목해 보세요.
   
   
3. 심각한데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머 코드 🤣
   정진새 연출의 지난 작품을 관람하신 분이라면, 이번 작품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군데군데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넘쳐납니다.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오다 못해 눈을 질끈 감게 될 거예요.
   

지난 6월 19일 저녁, 다다팀은 <왼손>의 연습이 한창인 두산아트센터로 향했어요. 연습에 참관한 후, 참여한 배우분들과 대화를 나눴죠. 극 중 식물학자 ‘에이프릴’ 역을 맡으신 배우 최희진 님과 물리학자 ‘메이’ 역을 맡으신 배우 황은후 님과의 대화를 님께 조금 들려드리려 해요. 전체 인터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배우 인터뷰를 통해 접하실 수 있어요!

 엥믜 🙊   극에 다양한 비인간 등장인물이 나오잖아요. 캐릭터나 로봇은 배우 분들이 소화하지만, 실제 식물이 상대역이 될 때도 있었는데 몰입할 때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황은후 🧬  지금도 사람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레이어가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부터 굉장히 촘촘하게 있잖아요. 우리는 기준을 어디에 놓고 출발해야 되냐고 질문을 했을 때, “극 중 ‘인간이 최고야’ 하는 무리조차도 지금 우리가 비인간을 인지하는 것보다는 높다고 하한선을 잡는 게 맞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들을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식물 자체가 무대 위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거예요. 무대 위 배우들이 식물을 인식할 수 있게끔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엥믜 🙊   너무 놀라운 게, 저도 극 내내 식물을 개체로 인식하면서 보게 됐어요.

 황은후 🧬  와! 그 말! 연출 님이 진짜 좋아하겠어요.

 최희진 🌿  극 중 느티나무는 실제 살아 있는 식물이거든요. 나머지는 조화예요. 고사리도 원래 있었는데 약간 시들해져 가지고 지금 바깥에서 물 주고 있고. 지금 날이 너무 덥다 보니까 하루만 지나도 잎이 쳐져서 매일 좀 물을 주고 있어요. 실제 살아있는 식물이 같이 있다 보니까 매일 신경 쓰게 되는 것 같고, 그렇게 좀 관심을 주게 되고. 요즘은 걸으면서 나무들도 좀 관찰하게 되고.. 시각이 넓어진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엥믜 🙊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 즉 극한의 상황에 떨어진 인물들인 거잖아요. 그 상황을 연기하며 몰입하기 힘든 장면이 있었나요?

 최희진 🌿  처음 <4장>인 것 같아요.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데 배우들 안에 더 긴장감이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연습 초반에 저희끼리 서바이벌 게임을 했었거든요. 실제 자기가 남기고 싶은 종자와 고도 기술을 가지고 와서 경쟁하는 거죠. 되게 재밌었어요, 그때. (황은후 🧬  언니 종자가 뭐였죠?) 제가 사는 쌍문 우이천에 둘리 인형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 종자는 우이천에 있는 둘리 인형의 발 끝에 있는 이끼. 고도기술은 🔗손가락 댄스였어요.

 황은후 🧬  제 소속 집단은 성북구도시관리공단 물빛수영장 월수금 11시 반! 고도기술은 오리발이었나.

 최희진 🌿  가위바위보 할 때는 다들 긴장하면서도 워크숍 자체는 재밌게 참여했어요. 진새 연출님은 그때 느꼈던 것처럼 극 중 인물이 자기 스스로를 뽐내는 그런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는 하셨고요. 그렇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 ‘대화재의 시기에 어떤 마음으로 배 위에 있을까’라는 생각은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황은후 🧬  사실 처음에 모든 설정들이 몰입이 안 됐어요. 40일간 대화재가 일어났고, 지금 배를 탔는데, 누구는 떨어지고, 떨어지면 어느 정도의 실감을 가져야 되는지. 다시 지상으로 가면은 어떤 일이 펼쳐지는 건지.. 근데 지금 코로나 상황이나 기후 위기, AI 발전도 누군가에겐 지금 닥친 일이고 누군가에겐 앞으로 벌어질 일이고 각자 천차만별이잖아요, 석학들도 말하는 게 다 다르고요. ‘현실도 극과 같은 혼돈의 시기구나’ 하며 하나씩 하나씩 이해를 했던 것 같아요. 배우들끼리 몰입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인터뷰가 흥미로우셨나요? 배우들이 추천하는 문화예술 콘텐츠, 캐릭터 분석 등 나머지 이야기도 정말 재밌어요!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