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처음 신화를 생각해낸 한 인간을 떠올려봅니다. 어떻게 아찔한 올림포스 산자락이 신들의 터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생각을 마쳤을 때의 마음은 설렜을까요, 스스로가 우스웠을까요? 또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모든 걸 알 수는 없지만, 오늘 우리가 즐기는 온갖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그 사람의 상상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

뿐만 아니라 <마스크>에서 로키는 여러 인물을 통해 드러납니다. 주인공 스탠리는 강가에서 가면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가면의 주인을 찾기 위해 고고학자를 찾아가죠. 가면의 주인은 바로 신화 속 인물인 로키였어요. 스탠리뿐만 아니라 영화속 다양한 인물들이 로키의 마스크를 쓰고는,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진 각자의 욕망을 강렬하게 표출합니다. 다들 어떤 짓들을 했는지 모두 말씀드리면 스포가 될 테니, 오늘은 주인공 스탠리 입키스 이야기만 해볼게요. 스탠리는 소위 말해 찌질남이에요. 일도 사랑도 자기 맘대로 되는 바가 없는데요, 로키의 신적인 능력을 빌려 평소의 찌질 스탠리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행동들을 서슴없이 벌입니다. 잔소리를 해대는 집주인의 방문을 부숴버리고, 관심 있던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등, 찌질남에서 벗어나 다소 폭력적인 박력남으로 바뀐 스탠리. 😑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며 찌질남과 박력남의 경계에서 그는 혼란을 겪습니다. 그러고는 가면을 쓴 자신의 모습이 가짜 같다며 마스크를 갖다 버리기로 결심해요. 하지만 그 모습이 정말 ‘가짜’였을까요?

로키의 가면을 쓴 스탠리. 🎭 그는 과연 로키일까요, 아니면 스탠리일까요? 신화 속 인물들은 신화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화의 많은 에피소드들은 현실세계 속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니까요. 결국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누구에게나 자신의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은 욕망은 존재합니다. 현실적인 삶 속에서 미처 표출되지 못했던 욕망들이 마스크를 통해 드러났다면, 가면 쓴 스탠리의 모습이야말로 진짜 스탠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반대로 로키의 신화가 어쩌면 스탠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테지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진짜 내 모습, 진정한 자아 찾기. 신들의 능력을 훔칠 수는 없겠지만, 마스크라도 필요한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kf94 말고요)

홍은영 작가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번은 읽어보거나 들어보셨을까요? 화가 아버지가 남매에게 올림포스 신들에 대한 온갖 일화를 얘기해주는 책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지금 한국의 2030 세대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유럽 사람들보다 잘 안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을 정도입니다. 당시에만 무려 1000만부가 팔렸으니 그럴 수 밖에 없죠. 이 시리즈는 그야말로 출판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새로운 '신화'를 썼어요. 🎉 판매 부수도 부수였지만, 어려운 고전 신화가 대중화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그걸 해낸 거고요! 그 인기를 증명하듯, 책은 어느 도서관에 가든 늘 닳거나 찢어져 있었고, 서점에서도 품절 현상이 무척 흔했습니다.

여기서 창작 (또는 장사) 을 멈추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하는 사람은... 바보일 겁니다! 😜 책도 뮤지컬이 되고, 연극도 영화가 되는 시대에 이런 대박을 놓쳐선 안되죠. 게다가 아동 만화라 선뜻 책을 펼치지 못했던 사람들부터, 아동과 함께 극장에 방문해야 하는 성인들까지! 새로운 관객이 아직도 넘쳐나는 걸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네요! 🥚 하지만 그 거위의 최후는 어땠나요? 욕심에 눈이 먼 인간이 거위의 배를 갈라버리고 말죠.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