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님에게 퀴즈를 내보겠습니다. 애플, 맥, 무인양품, 뱅엔 울룹슨.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미니멀리즘 디자인’입니다. ☑️

“Less, but better”

위의 문장은 미니멀리즘 디자인 원조 맛집, 독일의 가전브랜드 브라운(Braun) 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디터 람스’의 문장이에요. 람스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계보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가 산업 디자인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합니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어쩌면 이 문장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인의 감성을 관통하여 떼돈을 벌고 있는 애플의 정신적 지주,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거든요. 그리고 그의 가장 긴밀한 협업자였던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는 디터 람스를 무려 영감의 원천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 아이브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맥 등 애플의 대표적인 제품들을 만들어냈고, 이 제품은 브라운에서 람스가 디자인했던 제품들과 크게 닮아있어요. 🖥 그래서일까요? 람스는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 <Objectified’(2009)>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예시로 애플의 디자인을 뽑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집중했던 이들은 자신의 브랜드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또 동시대의 소비자들이 지향했던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문장을 남기기도 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람스와 잡스보다도 먼저 이런 비슷한 문장을 남긴 디자이너는 따로 있습니다. ❗️

“Less is more”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독일의 건축가이자 바우하우스의 교장을 지낸 미스 반 데어 로에예요. 🏗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 이전에, 아르누보와 같은 장식적인 디자인을 거부했던 네덜란드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본질적인 요소로 단순화되는 추상성과 보편성을 추구했습니다. 이들은 잡지 ‘더 스테일’을 출간하여 신조형주의라는 사조를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그리고 독일의 바우하우스가 추구했던 디자인 역시도 ‘신조형주의’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람스 역시 수업을 들은 적은 없지만,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밝혔어요. 하지만 여러분… 미스의 문장으로 알려진 이 문장은 사실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Andrea del Sarto>의 한 구절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비움의 미학’ 원조집 찾기.. 정말 어렵네요. 😵

님은 ‘생카(=생일카페)’를 보신 적 있나요?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그렇지만.. 생일 축하 안됩니다. 생일 노래도 안됩니다. 😨 생일에 카페라는 말만 더해졌을 뿐인데 왜 안 되는지, 그 원조를 따라가보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7년, 많은 사람이 한 가지 직업을 더 가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국민프로듀서! (나야 나~🕺🏻) 대국민 투표를 통해 워너원을 데뷔시킨 프로젝트 '프로듀스101 시즌2’는 정말 큰 영향력을 가졌던 TV프로그램입니다. 종영 이후 🔗방송 조작이 밝혀지긴 했으나, 당시 사전투표와 현장투표는 총 1,612만표를 기록했으니 국민 세 명 중 한 사람은 투표를 한 셈입니다. 열 한명의 데뷔조를 가려내기 위해서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영업 영상’과 투표 인증에 따른 이벤트들이 떠다녔습니다.

동시에 간절한 한 표를 위해 오프라인에서는 '컵홀더 이벤트'가 시작되었죠. 서울 곳곳의 번화가 카페에서 무료(?) 커피와 함께, 투표를 안내하는 컵홀더를 선물했고, 공간에는 아티스트의 사진을 붙여두기도 했습니다. 이벤트는 강력한 홍보 효과를 거둬 최종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습니다. 2017년 여름을 기점으로 공간을 대여해 무언가를 기념하고 홍보하는 문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어요. 생일카페는 단순한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공간이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는 공간으로 시작되었던 셈이죠.

세계 최초의 영화는 1895년의 <열차의 도착>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 🚊 50초 분량의 이 영화는 말 그대로 ‘도착한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2022년 조던 필 감독은 영화 <놉>을 통해 1878년의 <The Horse in Motion>이라는 짧은 영상에 주목하며, 그것이 영화의 원조라고 과감히 주장합니다. 🐎 게다가 주인공 ‘에메랄드’와 ‘OJ’가, 영상 속에서 말을 타고 있는 흑인 남성, 즉 기수의 후손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더하기까지 하고요.

그러나 영화의 원조가 무엇인지 가리기에 남매는 너무 바쁩니다. 타인의 부주의로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해버렸고, 앞마당에 쳐들어온 외계인도 상대해야 하거든요. 🛸 둘은 그놈에게 '진 재킷'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CCTV를 꼼꼼히 설치하며, 진 재킷의 프로필 사진을 멋들어지게 찍어보려 합니다. 목적은 단 하나, 벼락부자가 되겠다는 것! 그동안 괴수 영화에서 봐온 백인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네요… 🫢 이들의 계획은 엔젤, 주프, 홀스트 등 다양한 인물들의 선택과 사연에 의해 좌우되며, 우리에게 ‘카메라에게 삼켜진 이들이 누군가?’를 묻습니다.

카메라는 찍는 이는 물론, 찍을 수 있도록 금전적으로 지원한 이의 가치관까지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열차의 도착>을 찍은 뤼미에르 형제는 백인이었습니다. 열차를 타고 다닌 이들도 백인이었습니다. 영화가 상영된 그랑 카페에 있었던 이들 역시 백인이었고요. 백인, 백인, 백인… 정확히 말하면 ‘부자’ 백인이었겠네요. 🤝🏻

그 이후로부터의 영화는 대부분 백인들의 시간이었으며, 다른 누군가 있었다 하더라도 장막 뒤로, 카메라 바깥으로 밀려지기 일쑤였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레즈비언, 장애인, 동물, 아시아인… 이들은 단순히 기회를 얻지 못해 원조가 되지 못한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간과했고, 지워버렸을 뿐이죠. <The Horse in Motion>속 기수의 이름조차 모르고 흘러온 영화사를 보세요. 마침내 <놉>은 그들 모두를 카메라 앞으로 데려오고, 한마디 대사를 외우게 합니다. “우리도 영화를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