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내뱉는 듯한 그들의 랩은 이 노래에서 특히나 빛을 발합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을 뿐더러, 서툴기까지 하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모습은 우리가 사과하는 모양새와 퍽 닮아 있기 때문이죠. 😅 하지만 동시에 이 곡은 미숙한 사과 속 진심을 발견하게끔 하기도 합니다. 시종일관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 묵직한 마음을 느끼게 하거든요. 이 곡을 설명하려면 더 이상의 어떤 말을 갖다 붙이기가 어려운 것도 그래서예요. 노래가 시작해서 끝나기까지 줄곧 사과만 하는 걸요! 🤷 가타부타 변명을 내세우고, 사과하고픈 마음을 빙빙 돌려 말할 것 없이 가장 중요한 핵심만 쏙 뽑아서 이야기하고 있죠. 👀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다이나믹 듀오의 미안하다는 말들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들은 미숙한 사과를 건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고 우리에게도 단순한 사과 한 마디를 전하기가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지는 날이 찾아올 수 있잖아요. 당최 용기가 나지 않는 날에는 이 노래를 찾아봅시다. 그리고 가장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질 용기를 얻어보자고요! 😤

17세기 회화를 이끌었던 천재 카라바조는 그 시대의 트러블메이커였습니다. 폭음과 산더미 같은 빚, 잦은 몸싸움 탓에 감옥을 제 집처럼 들락날락거리는 것으로 유명했죠. 🚓 1606년의 어느 날, 평소처럼 술을 진탕 먹은 카라바조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습니다. 술김에 친구 라누치오를 죽였거든요. 죄책감에 매일을 괴로워하던 그는 한 가지 결단을 합니다. 교황에게 사죄의 그림을 가져가 죄를 사함 받기로요. 🙏

그렇게 시작된 카라바조의 <✨대사과 쇼>. 그는 많은 모티프 중 성서 속 다윗과 골리앗을 그리기로 결정해요. 용기와 믿음을 상징하는 다윗이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장군 골리앗을 무찌른다는 내용... 좀 극단적인 면이 있던 카라바조는 이 정도 모티프로는 자신의 간절함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그림에 설정을 더하기로 합니다. 잘린 골리앗의 머리는 자신의 현재 모습으로, 이를 들고 있는 다윗의 모습은 젊은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해 이중 자화상을 그리기로요...! 😵

젊은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살해한 그림. 카라바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 교황에게 전할 사죄의 메시지도 그림에 숨겨두죠. 다윗이 들고 있는 단도의 칼날을 보면 “H AS OS”라고 적혀있는데요, 이는 '겸손함이 교만함을 이긴다'는 의미예요. 그림의 내용과 종합해보면, “선생님, 안녕하세요. 카라바조입니다. 그간 많이 교만했습니다. 과거 청산하고 차카게 살겠습니다.” 정도의 의미가 되겠지요? 물론 그림에 간절함만 담아내지 않았습니다. 그의 주특기인 '명암대비'를 잘 살려냈거든요. 🌗 성서 속 일은 낮에 일어났지만, 그림에서는 이를 밤으로 설정해 주위를 어둡게 만들고 두 인물에 스포트라이트를 주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자신을 죽이는 과거의 자신이 더욱 분명히 드러날 수 있었어요.

수배된 와중 사과하기 위해 그림을 바리바리 싸들고 로마로 떠난 카라바조는 잠시 배가 정박한 사이 경찰에 체포됩니다. 사면 예정이라 곧 풀려나긴 했지만 그가 타려던 배는 이미 출발하고 난 이후였어요. 떠나버린 배를 쫓던 그는 결국 일사병으로 죽고 그림만 배를 타고 로마로 건너가게 되죠. 광기는 몰타에 남고 사과만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사면의 과정이 제법 과격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완벽하달까요? 🫢

어떤 신자들은 하나님이 용서했다면 죄는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어떤 사람들은 영화 속 신애처럼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가 옳고 그르다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어요. 어쩌면 이런 논쟁은 굉장히 관념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죽인 아이의 가족이 아닌 하늘을 향했던 납치범의 사과처럼, 엉뚱한 곳을 향해버린 사과들은 쉬이 목격됩니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이 포착한 것처럼, 엉뚱한 곳을 향해버린 사과는 또다른 폭력이 되기도 해요. 수많은 폭력 가해자, 표절자들이 ‘대중’에게 실망 끼쳐드려 죄송해하고, 이들의 용서를 기다린 뒤 은근슬쩍 다시 미디어에 등장하니까요. 피해자의 용서와는 무관하게요. 😤 꼭 공인이 연루된 사회적 논란 뿐 아니라 주변 누군가의 잘못을 용서할 때에도 우리는 되짚어 봐야할 것 같습니다. 과연 그 사과는 어디를 향했어야 하는 사과였는지, 그리고 내게 그를 용서할 자격이 있는지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