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인 화차는 본래 불교의 용어로써, 나쁜 짓을 한 악인을 지옥으로 데려가는 불타는 수레입니다. 한번 타면 절대 내릴 수 없는 그런 수레요. 영화 <화차> 속 화차에는 결혼을 앞둔 선영이 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던 중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그녀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약혼남 문호는 선영의 과거를 쫓으며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죠. 그녀는 선영이 아니라 연쇄살인범 경선이었어요. ’경선’의 삶으로부터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었던 경선은 선영의 삶을 살기로 한 뒤, 끔찍한 살인을 저지릅니다. 세상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도 상관 없을 무연고자 선영을 살해한 뒤, 선영으로 대신 살기로 한 거죠.

“공작나비 날개에는 눈알 같은 무늬가 있는데 위험이 닥치면 날개를 쫙 펴서 그 무늬를 훨씬 크게 보이려고 한대. 그 모습을 더 공포스럽게 보여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삶의 굴레와 부조리한 사회구조 속에서 경선은 한 번도 자신의 날개를 펼치지 못했어요.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고, 결국엔 타인의 삶과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극단적인 선택들을 하고 말았죠. 불교에서 나비는 윤회사상의 상징인데요. 🦋 윤회란 고정 불변하는 어떤 주체가 한 생에서 다른 생으로 '옮아 가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가 변화하면서 '계속'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경선 역시도 선영의 삶을 살고자 했지만 선영의 삶으로 옮아가진 못했습니다. 그녀는 선영의 삶의 선로, 즉 화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죠. 🕸

불교의 연기설은 말합니다. "모든 존재는 이것이 생(生)하면 저것이 생(生)하고, 이것이 멸(滅)하면 저것이 멸(滅)한다.” 어쩌면 경선을 둘러싸고 있던 인타라망¹⁾이 그녀를 옥죄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자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요? 그녀가 벌인 사건들을 둘러싼 많은 원인들이 그녀를 좁은 그물에 가두지 않았다면 말이에요.

그래서 요즘 팝업 스토어들은 제품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습니다. 대신 브랜드를 앞세우죠. ‘우리 이런 제품을 내고 있어!’가 아니라, ‘우리 이런 브랜드야!’가 주요 메시지가 된 거예요. 🗣 또, 최근의 소비 트렌드 역시 상품에서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는 것으로 변화하기도 했고요. 그 결과,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는 미디어 아트 전시장을, 이케아는 제품 판매는 하나도 하지 않는 쇼룸을, 침대 브랜드 시몬스는 그로서리 스토어, 즉 잡화점을 냈어요. 이젠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특성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려는 거죠. 소비자의 구매습관에 따라 마케팅 전략도 함께 변화하고 있는 요즘, 다음 팝업 스토어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브레겐츠, 보덴 호수에선 매년 여름 마법이 펼쳐져요. 🧚 물 위에 거대한 미술작품이 뚝딱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거든요! 달빛을 조명 삼아 펼쳐지는 마법 같은 오페라 축제,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무대 세트입니다. 매년 7~8월 약 두 달 동안 진행되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1946년부터 야외 오페라 축제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 독일의 바이로이트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음악축제로 알려져 있기도 해요. 🎪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매력이라 함은 단연 ‘플로팅 스테이지’ 예요. 매년 라인업으로 선정된 작품의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로 거대한 초현실주의 설치 무대를 만들거든요. 가장 최근작인 2019년 ‘리골레토’에서는 궁중광대 리골레토를 모티프로 광대 얼굴을 설치해 무대로 썼어요. 🤡 이 거대한 초현실주의 세트는 기존 타 공연들처럼 단순 배경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 무대로 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배우들은 광대의 입 안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광대의 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기술력의 정수를 보여주는 세트는 눈을 깜빡이기도, 등장인물들을 노려보기도, 심지어 주인공 리골레토의 심리 변화에 따라 썩어 들어가기도 하며 관객에게 환상을 선물해요.

이 마법 같은 공연을 보기 위해 브레겐츠엔 매년 2~3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이는 브레겐츠 인구수의 10배 정도 되는 규모로 행사 기간에 맞춰 구름처럼 등장해 연기처럼 사라진대요. ☁️ 그러나 사람과 세트만 감쪽같이 사라진다고 하여 모든 것이 연기처럼 없어지지는 않아요. 근래들어 브레겐츠 페스티벌도 결국 ‘쓰레기 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든요. 매년 호수 위에 세워지는 거대한 하이 테크놀로지 세트는 그만큼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에너지를 소비해요. 🔗공연 시 발생되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점차 나오고 있는 지금, 화려한 시각적 즐거움을 주면서, 동시에 낭비는 없어야 하니... 무대미술가들도 참 골치아프겠어요. 그래도 이런 고민들을 풀어나갈 때, 브레겐츠의 무대는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고 오래간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줄 수 있겠죠? 🤔

혁오의 ‘Graduation’이라는 노래인데요. 경쾌하고 명확한 전주 뒤로 오혁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티스트이고, 때로는 분명하고 강렬하게 노래하기도 하지만 이 곡에서는 그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더욱 돋보여요. ✨ 가사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공기가 온통 희뿌연 어떤 공간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죠. 하지만 가사까지 함께한다면 우리는 어느덧 그 연기 속으로 들어가 담배 연기가 자욱한 한 주차장에 함께 서있게 됩니다. 🅿️ 선명한 연주에 그렇지 않은 오혁의 목소리가 반복되어 교차되더니, 이윽고 흐릿하던 그의 목소리는 공기 중에 피어올라 점점 사라지는 연기처럼 아득해집니다. 이어지는 후렴 부분 역시 메아리같이 이리저리 울리고 흐트러질 뿐이고요. 자유롭기도, 어지럽기도 한 음악. 끝과 시작이 공존해 혼란스러운 ‘졸업’과 너무도 잘 어울리지 않나요?

오혁은 ‘Graduation’이 수록된 <24> 앨범에 이런 설명을 적어두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친구와 함께 학교 옆 주차장에서 담배를 태우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해방감과 정작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다고요. 하지만 이 충돌하는 감정들은 비단 졸업식 날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졸업식은 하나의 기점일 뿐, 우리는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이렇게 연기처럼 쉽사리 뒤섞여 알 수 없는 감정들을 수없이 마주하게 될 테니까요. 😤 아무쪼록 이 연기가 다다단 여러분께 불쾌한 감정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바탕 정신없는 연기 속에 몸을 맡기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삶의 모든 ‘졸업’의 순간들을 그저 즐겨보는 건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