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의 ‘Candy’는 정확히 사탕에 감정을 이입하는 신박한 노래예요. 화자는 껌껌한 상자 안에서 ‘네’가 자신을 선택하기만을 기다리고, 네가 어떤 맛을 좋아할지 모르니 매니악한 시나몬과 민트 맛까지 준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너에게만 나를 맞춰가고 싶다고 털어놓기까지 하죠. 절박하게 상대를 기다리는 모습이 조금 안타깝기까지 하네요. 😅

이 노래가 더 신박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화자와 청자의 성별 때문입니다. 그동안 대중가요에서 흔히 여성은 선택받는 사람, 남성은 선택하는 사람으로 그려졌어요. 좋은 예시로 박지윤의 노래, ‘성인식'이 있습니다. “그대여, 뭘 망설이나요. 그대 원하고 있죠, 눈 앞에 있는 날.” 🎶 화자인 여성은 눈 앞의 청자(아마도 남성)를 마구 유혹하며, 코 앞에 있는 자신을 어서 선택하라고 하지요. 이렇듯 유행가의 가사는 대개 여성을 선택’당하는', 불균형적 구도에 위치시켰어요. 그러니까, 그동안 대중가요는 여성을 자신의 매력을 총동원해 남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으로 만든 셈이죠.¹⁾

그런데 백현의 ‘Candy’는 그러한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버려요. 상대방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맞춰가고, 또 맞춰가는 쪽은 남성 화자죠. 이 반전된 구도는 솔로 가수로서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던 백현에게 꼭 필요했던 거였어요. 당시 유행했던 '키링남'을 그대로 따라간달까요. 무해하게 키링처럼 꼭 붙들려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 그동안 사탕이 무궁무진한 맛들로 스스로를 꾸며왔듯, 백현은 마초남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의 남성상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1918년, 더운 방 안

사랑하는 영신. 이름도 익숙지 않은 타지에서의 엿새째 되는 날, 너에게 편지를 써. 어제는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교회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들은 친절했으나 우리는 그들의 말을 몰랐기에 너무 무서웠단다. 동양의 젊은이들을 처음 본 그들의 눈은 반짝 빛났다. 눈.. 눈.. 까만 얼굴서 땡글땡글 빛나고 있는 그 눈이 우린 너무나도 무서웠어. 그들은 우리를 몹시 좋아했지만 우린 기겁을 하며 벌벌 떨었단다. 네가 특히 보고픈 밤이구나.

1918년, 풀벌레 우는 방 안

사랑하는 영신. 오늘은 트렉타를 타고 농장으로 이동하던 중 재혁오빠의 갓이 벗겨지는 사고가 있었다. 나는 황급히 오빠에게서 눈을 돌려 피했어. 아마 오빠가 많이 부끄럽고 당황스러웠겠지. 근데 이 사람들은 출발이 늦어졌으니 고소를 하겠다며 되려 큰소리 아니겠니? 오빠는 빨개진 얼굴로 머리를 깎아버리겠다며 이를 부득 갈았다. 그래도 난 설마 오빠가 머리를 진짜 자를까 싶어.

1919년, 고요한 방 안

보고 싶은 영신. 오늘은 먼저 이곳에 온 네 또래의 아이와 친해졌다. 그 아이가 준 새로운 음식들 중엔 깜짝 놀랄 것들이 많더구나. 그 중에서도 충격적인 것은 ‘샐러드’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생채소였어. 그래, 미국 사람들은 소나 염소처럼 생채소를 먹는단다. 그리고는 우유를 따라 마시지 뭐니. 우유라니!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에게 그 아이는 ‘그래, 우유야. 미국에서는 어른도 아이들처럼 우유를 매일 마시지’라고 하더구나. 참 별 일이야.

아 참, 영신. 이번 편지에는 그간 모았던 16딸라를 부친다. 조그만 돈이지만 조국에 있는 너희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 큰 일을 준비 중이라 들었다. 대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사하게 살아있는 것이야. 하루빨리 조선으로 돌아가 얼굴을 보고 싶구나. 돌아가면 그간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게. 너도 그 날까지 몸 건강하렴!

우리 가벼운 밸런스 게임을 잠깐 해봅시다. 사탕VS초콜릿! 저는 사실 초콜릿파이긴 한데요. 😏 초콜릿보다 훨씬 다양한 맛이 있고 잘 녹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탕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해요. 때에 따라 쌉싸름하기도 한 초콜릿에 비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사탕이라는 이 달콤한 단어를 남자에게 붙인다면 브라운아이드걸스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노래 제목처럼 너무 달콤해서 짜릿한 기분까지 들게 하는! 💘 그런 남자를 지칭하게 되죠.

그런데 말이에요. 달디단 사탕이 결코 몸에 좋지 않듯이, 캔디맨이라는 간드러진 단어 역시 섬뜩한 면모를 가지고 있답니다. '마약 판매자'라는 무지하게 상반된 의미를 가진 단어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캔디맨이라는 도시 괴담 속 존재를 영화로 만들기도 했거든요. 내용은 즉 거울을 보고 '캔디맨'을 다섯 번 부르면 그가 나타나 죽임을 당하게 된다는 건데요. 1992년 첫 작품이 나왔고, 같은 내용으로 작년 2021년에 리메이크 버전의 영화가 개봉했어요. 도시 괴담을 이야기한다는 것부터 이미 으스스한데 심지어 <겟 아웃>의 조던 필이 각본을 맡았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벌써부터 새로운 공포영화가 하나 더 탄생한 듯 떠들썩했지 뭐예요. 😯

500원짜리 공포 책에 나올법한 도시 괴담이 어떻게 30여 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 30년 가까이 지났어도 피부에 와닿는 공포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단순한 공포를 넘어 현실의 잔혹함까지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꺼림칙한 이야기에 꺼림칙한 사회문제까지 담아냈거든요. 영화 속에서는 유색인종을 향한 차별과 배제가 군데군데 드러나는데요. 이는 곧 캔디맨이라는 업보로 돌아오게 됩니다. 제작진은 과거의 일로만 여겨졌던 유색인종 차별이 현재까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두렵고 잊고 싶은 과거일지라도 기억하고 직면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죠.

현재까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아직까지도 은근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도시괴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캔디맨, 이름만 들어서는 지켜주고만 싶은 스윗남일 것 같았는데요... 🙄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캔디맨은 달콤한 사탕보다는 지끈거리는 충치에 더 가까운 것 같네요. 🤢

병으로 인해 죽어가던 연인처럼, 펠릭스의 ‘사탕’ 역시도 관객에 의해 점점 소멸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연인, 혹은 연인과의 기억을 은유하는 사탕은 관람객들에 의해 확산되죠. 이렇듯 펠릭스의 작업은 관객에 의해 의미가 가능해져요. 그의 애인의 육체는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그 사탕을 통해 관객 중 누군가는 둘의 사랑을 생각할 거예요. 💭❤️

사탕의 달콤함은 영원할 수 없어요. 아무리 천천히 먹는다고 해도 결국 입안에서 사라지니까요. 어쩌면 영원할 수 없었던 연인과의 시간을 작가는 사탕으로 표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그럼에도 영원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매일 사탕을 채워 넣는 행위를 통해 표현한 걸 수도 있겠고요. 펠릭스의 사탕이 가진 유한함과 무한함의 역설은 죽음이라는 감각과 어울리지 않는 사탕의 달콤함과 비슷한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