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는 이름으로 묶인 세계화의 주역들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거예요. 강남스타일, BTS를 거쳐 봉준호와 오징어 게임, 윤여정으로 이어지며 그 몸집을 키워가고 있죠. 그럼 혹시 그 ‘두유노클럽’의 숨겨진 강자, 구상나무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가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아주 인기거든요. 다 큰 성체여도 유럽 전나무에 비해 크게 자라지 않아 아주 인기래요. ‘K-나무’ 열풍이라니.. 잠시 눈을 감고 밀려오는 감동을 음미해볼까요? 😌🇰🇷

😳 자!! 여러분.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이제 눈을 뜨셔야 해요. 구상나무가 지금 위험에 처했거든요. 🚨 구상나무는 추운 고산지대에 사는 수종이라 주로 한라산 꼭대기에서 자생하는데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여있어요. 수분 보충을 위해서는 봄철까지 버틸 수 있을만한 양의 눈이 필요한데,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다 녹아 없어져 버렸거든요. 살아남은 나무들도 점점 강해지는 태풍에 뿌리째 뽑히고 있고요. 한때 울창했던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면적은 2010년에 이미 33.3%나 줄었고, 2020년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 비해 개체수가 절반 이상 줄었대요. 📉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힘쓰고 있습니다. 🔗산림청이 인제 국유림 지역에 구상나무 숲을 조성하고 있거든요. 생육 조사를 위해 심었던 나무들의 90%가 잘 자라고 있어 새로운 자생지 조성로서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나무만 씩씩하게 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죠? 사람도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숲 주변 마을 어르신들도 구상나무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며 구상나무를 홍보하고 있거든요. 마을 주민과 정부 부처, 구상나무까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힘쓰고 있어요. 👊

몇 년 전이던가, 친구로부터 생일 선물로 화분을 받은 적이 있어요. 생각보다 꽤나 크고 묵직했지만 처음에는 그래도 두 손으로 가뿐히 들 수 있을 정도의 교목¹⁾ 화분이었죠. 화분이 집에 오게 된 순간, 그 존재는 곧 엄마의 수많은 화분들 사이에 섞여 눈에 띄지 않게 되었는데요. 😅 얼마 전 불현듯 그 화분 이야기가 나와 찾아보았을 때는 놀랍게도 키가 세 배는 넘게 자라 있더라고요. 저는 그때 처음 알았어요, 나무도 변한다는 것을! 👀

우리가 나무라고 인식하는 존재들은 대부분 키가 이미 크고, 몸통도 굵직할 거예요. 누군가의 보살핌 아래 다 자란 모습이죠. 길거리에 있는 큼직한 나무들은 더 이상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고요. 하지만 이런 나무들처럼 자연에 속해있는 존재를 꾸준히 지켜보고, 계속해서 손길을 더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나무로 만든 정교한 의자와 테이블. 집이 아닌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놓여 있다면 가구가 아니라 작품인 걸까요? 황동으로 만든 나뭇가지 조각을 보고 우리는 자연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인위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두 질문은, 베를린과 국내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 구현모 작가의 전시에서 떠올릴 수 있는 물음들입니다.

지난해 PKM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리셈블(resemble)’은 인공과 자연,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대해 질문합니다. 황동으로 만든 나뭇가지와 자연에서 가져온 나뭇가지를 뒤섞은 작품에서 그는 그 둘이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요.

"사람이 자연을 변형하면 인공이 되고, 인공 또한 자연의 산물이다. 그 경계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가구와 예술의 경계에 대해서도 질문합니다. 대학 시절 그는 무엇이 가구와 순수 예술의 운명을 결정하는지 밤새 토론했다고 해요. 우리는 종종 방 안에 화분을 들이기도 하고, 가을이 되면 단풍잎을 주워다가 책 사이에 넣어 놓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연에서 가져온 자연물들과 침대와 책상을 이루고 있는 목재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나무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그 아래에 앉아 쉬고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겠고, 어떤 사람은 그 나무로 만들고 싶은 무언가를 상상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치 구현모 작가처럼요. 구현모 작가는 종이, 나뭇가지, 돌멩이 등 자연적이거나 일상적인 재료들을 작품 활동에 사용합니다. 그가 가져온 지극히 ‘자연적’인 소재들도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선택되어 들어오는 순간 일종의 ‘인위성’을 갖게 되죠. 그렇다면 우리는 그가 황동으로 만든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진짜’ 나뭇가지도 우리는 인공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자연적’이라는 표현마저도 자연과 꼭 가깝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을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