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다다른 #58번째 레터 : 스페인
2023/08/24
당신에게 다다른 #58번째 레터
🇪🇸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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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반 정도 스페인에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알찬 커리큘럼이 민망할 정도로 머리에 남은 건 없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올라!”하고 반갑게 인사해야 한다는 것. 물음표나 느낌표를 쓰고 싶을 땐 자판을 꾹 눌러 문장 앞 머리에 ¿, ¡ 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 샹그리아를 마시고 광장에서 사람들과 춤을 추면 무척 즐겁다는 것은 배웠습니다. 큼큼, 배운 것을 여러분들께 써먹어볼게요. ¡Hola! ¿Quieres bailar conmigo? (안녕! 나랑 같이 춤출래요?)
- 엥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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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 대중문화 ] 금강산도 식후경. 영화도 음악도 일단 밥부터요. 😋
[ 미술 ] 스페인이랑 한국은 칭구칭긔 🙋
[ 영화 ] 우리.. 복숭아 농사 계속 지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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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영화도 음악도 일단 밥부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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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스페인 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수도 마드리드, 축구의 도시 바르셀로나 정도가 먼저 떠오르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곳은 스페인의 아주 북쪽에 위치한 ‘산 세바스티안’이라는 해안도시입니다. ⛱ 이곳을 처음 들어보셨어도, 아마 한 번쯤 이곳의 풍경을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사진작가 요시고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에 등장하거든요. 요시고의 전시를 직접 본 적 없어도, 아마 인스타그램에 친구들이 업로드한 게시글 한두개쯤은 꼭 보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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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고의 사진 속 배경으로만 산 세바스티안을 기억하기엔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특징들은 너무나 강렬합니다.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국제 영화제 ¹⁾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은 전세계적인 미식 마을이에요. 😋
프랑스와 붙어있어서 그런걸까요? 산 세바스티안이 위치한 북부 바스크 지방(바스크 케이크의 그 바스크 맞습니다.)은 미식으로 특히 유명합니다. 🔗길을 걷다 아무 데나 들어가도 미슐랭 식당이라고 할 만큼 음식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큰 도시죠. 이곳에서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식문화, ‘타파스’와 타파스바를 옮겨 다니며 식사를 하는 걸 일컫는 ‘타페오’를 어디서든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작은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둔 형태를 일컫는 타파스가 바스크어로 ‘핀쵸’인데요, 핀쵸가 바로 이곳, 바스크 지방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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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대로 앉아서 밥을 안 먹고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먹냐고요? 스페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점심과 저녁을 늦게 먹기 때문에 식사 간 간격이 긴 편이에요. 그래서 식사 전후 허기가 질 즘, 타파스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고 합니다. 꼭, 술과 함께요. 🍷 산 세바스티안은 워낙 작은 도시라 구도심과 신도심 모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요. 조금만 걸으면 해변과 바다를 볼 수 있고요. 하루의 애매한 시간에, 술에 적당히 취한 채 동네의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당연히 집에 바로 돌아가기 아쉬울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이곳의 사람들은, 그리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자꾸만 옆 식당으로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나 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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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에선 무려 히치콕의 <현기증>이 발표됐어요. 뿐만 아니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 등 세계 유명 영화감독들의 작품이 산세바스티안 영화제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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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의 시차가 있고, 13시간을 꼬박 날아가야 있는 나라. 🇪🇸 우리가 스페인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축구나 태양 같은 낭만으로만 구성된 나라는 절대 아닙니다. 우리가 ‘한국’을 반도체와 BTS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요. 이렇게 살아보는 것과 놀러 가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에요.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서 살고 있기에, 각자의 역사가 존재하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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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언어의 그늘》 展 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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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라바스칼의 <스페인은 달라요> 시리즈는 스페인의 현실을 관람객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프라도 미술관 광고 옆에는 무시무시한 총이, 축구공 옆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미사 시간표가 걸려 있습니다. 흔한 두 이미지를 나란히 뒀을 뿐인데도, 작품은 가려진 ‘진짜’ 스페인을 아주 쉽게 보여줍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풍경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인과 사뭇 다른 것 같네요. 😲
시리즈의 제목인 ‘스페인은 달라요’는 프랑코 독재 정권이 밀었던 관광 슬로건에서 따온 건데요. 프랑코 독재 정권은 1939년 스페인 내전을 시작으로 약 40년간 권력을 쥐었고, 인권 탄압과 경제 후퇴를 자행했다는 평가를 받아요.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못하게끔 축구 리그에 큰 투자와 간섭을 하기도 했고요. ⚽️ 이때의 후폭풍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스페인 축구 리그(라리가)는 18/19 시즌 기준 세계 축구 클럽 수익 1, 2위를 기록했지만, 2023년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274%입니다. ¹⁾
사실 호안 라바스칼은 1962년 프랑코 정권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어요. 고향의 저명한 회화 예술가들과 그 권위를 등지고, 콜라주나 팝아트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1977년에는 여전히 독재의 흔적으로 앓는 ‘진짜’ 스페인을 보며 이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스페인에는 달콤한 오렌지와 뜨거운 함성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었고, 제 3자이자 당사자로서 그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46년이 지난 지금, 마찬가지로 독재에 시달렸고, 관광과 현실의 간극을 끔찍이 느끼고 있는 한국의 우리도 이 작품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 그러고 나면 "스페인은 다를 거야!" 대신, "스페인도 비슷하네..."라는 말과 친근감이 절로 튀어나올지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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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께 다다른 DADA letter,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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