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마다 지니고 있는 어감이 있잖아요. 다다단 여러분은 ‘도도’라는 단어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 궁금해요. 🙄 저에게 ‘도도’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실제 뜻하는 바와 그 의미가 퍽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거든요. ‘도도하다’는 말은 사전적으로 잘난 체하여 주제넘게 거만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에 반해 똑같은 두 음절이 붙어 있는 모양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도도하다고 느껴지는 이를 만나게 되면 그의 내면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사라 안스티스의 <Moonflower>라는 작품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예요. 새초롬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의 세 여성이 보여요. 세 사람은 서로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각각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죠. 웬만한 것에는 흔들리지도 상처받지도 않을 것처럼, 한 편으로는 거만해 보이기도 하는 표정인데요. 🤔 사실 그들이 취하고 있는 자세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가볍게 쓰다듬고, 한 사람은 다리에 난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어요. 사라 안스티스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이렇게 도도해 보이는 표정과는 반대로, 다정한 손길로 서로를 어루만지는 것을 통해 서로의 깊은 관계를 나타내는데요. 🤝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상처, 그리고 그들만의 유대를 마주하고 나니 도도하게만 느껴졌던 그들의 표정은 이제 의연한 표정으로 비치지기까지 합니다. 😤

어쩌면 도도하다는 단어 속에는 엄청난 오해와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난 체한다는 것도 오해, 주제넘는다는 것도 오해, 거만하다는 것까지 깡그리 다 오해일 수도 있겠다고요. ❌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그들 역시 누군가와 연대를 통해 서로 힘껏 지탱해주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애써 담담한 태도로 지내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자신의 유약함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 있는 그대로 타인과 나누는 것. 모두 그저 닮고만 싶은 단단한 모습이네요. 👀 이제 ‘도도’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강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

“아 윌 비 백.” 👍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대사입니다. 시리즈 내에서 여러 번 변주되어 쓰이며, 영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대사가 되었죠.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첫 영화의 폭발적 성공과 함께,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복잡한 시간선, 그리고 로봇과 인류를 뛰어넘는 치열한 투쟁이 담긴 영화는 역사상 거의 처음이었거든요.

시리즈의 명맥은 1991년에 나온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서 끊겼어요, 2019년,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나오기 전까진 말이에요. 영화의 원작자 제임스 카메론이 다시 ‘아 윌 비 백'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작권을 되찾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는 시리즈 정체성과 독창성의 균형을 맞춘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였답니다.

뮤비를 처음부터 살펴볼까요? 영.. 모르겠습니다. 🤷 왜냐고요? 젊은 아티스트들이 나이 80쯤 먹은 인도 구루²⁾가 할 법한 이야기를 하고, 불교 사상에서 비롯된 ‘공수래공수거’를 노래하고 있지만 뮤직비디오는 불교 뿐 아니라 카톨릭의 미술 요소들까지 차용하고 있거든요. 뿐만 아니에요. 아주 오랜 시간 내려온 종교 철학에 관해 노래하는 아티스트들이 우주비행사 옷을 입고 있고 그래픽도 미래지향적입니다. 정말 하나같이 익숙하지 않은 조합들이에요. 😵‍💫

4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작품은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들을 충돌시키며 우리에게 익숙했던 관념들을 계속 파괴합니다. 💥 시각 언어로만 관념을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파열음에 가까울 정도로 드럼 소리의 질감을 거칠게 처리하고, 그동안 나왔던 음악 내 요소들을 모두 섞어 청각적으로도 정신을 쏙 빼놓거든요. 뒤이어 곡의 결말부, 정신없이 뒤섞였던 시각 청각적 요소를 빼고 가장 처음 고요했던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리고는 비로소 열반에 오른 누군가가 깨달음을 얻듯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들리기 시작해요.

이 곡은 다양한 시각적, 청각적 언어들을 통해 ‘몸과 마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마지막엔 쓸모 없어진다고요. 😇 머리로는 알겠으나 실천하기 어려운 메시지입니다. 그치만 여러분!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은 방금 전, ‘모름지기 불교 철학은 이런 시각 언어로 말해야 하지!’, ’암! 인생무상은 나이 많은 어른이 말해야 진짜인 거야!’ 같은 생각을 내려놓고 음악을 그대로 받아들여보기로 했잖아요. 어쩌면 이미 조그만 시도를 해냈던 걸지도 몰라요. 가만히 각자 손에 꽉 쥐고 놓지 못했던 것들을 바라봅시다. 제 경우엔 ‘자존심’과 ‘돈’이네요. 음악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손에 힘을 살살 풀어볼까요? 🤲